in monologue
정다각형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7. 23. 07:51
정다각형.
세 명이면 정삼각형, 네 명이면 정사각형, 다섯 명이면 정오각형... 모두 같은 길이의 한 변이 되어, 하나라도 없으면 전체가 와해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 각자가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한 조각으로서 어떤 모임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모임의 지속과 단결, 하나됨,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존재를 위해서. 소속감은 곧 정체성과도 직결되기에 자신의 존재감과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 형성에 필수적이다. 과하게 말해서, 어쩌면 평등하고 공평한 소속감은 우리 일상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삼각형과 사각형, 오각형과 그 이상의 다각형이 언제나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모양으로 존재하진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오늘날의 전복 비행 중인 관점에서 볼 땐, 이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세 명이 함께 해도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말의 현대판 해석은 ‘세 명만 모여도 그 중엔 갑질하는 놈이 있다’ 정도가 아닐까. 그래서 삼격형에서는 언제나 둔각의 존재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중간 과정으로 이등변 삼각형을 거칠 수도 있다. 한 명을 배제하여 따돌리는 게 경쟁에서는 더 낫기 때문이다.
나도 하나의 필수적인 조각이라는 소속감, 거기에서 기인하는, 타자를 통하여 전달되고 확인되는 나의 존재감.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그것만 해도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를 누리고 있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