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상처.
때론 상처 받아보지 못한 사람의 무감각보다 상처 받아본 사람의 선이해가 더 모욕적이다. 상처의 경험이 훈장이 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상처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우린 타인의 상처에 대해 어줍잖은 충고를 자제해야 하고, 자신의 것과 비교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상처는 우리를 유경험자로 만들어줄 뿐, 우리를 지혜자로 만들어주진 않기 때문이다. 경험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지도 않지만, 같은 상처라는 게 어디 존재하던가. 모든 상처는 컨텍스트에 깊은 영향을 받지 않던가.
우린 아무도 상처를 원하진 않는다. 그러므로 상처를 통해 얻은 어떤 깨달음도 해석일 뿐이다. 아무리 큰 상처를 받고 성숙해졌다고 해도, 그 경험이 아무리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타인의 상처를 얕잡아 보거나 상대를 가르쳐도 되는 특권을 부여하진 않는다. 한 번 경험으로 뭐라도 된 것처럼 여긴다면 생각을 고쳐먹자.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다만, 유경험자로서 할 수 있는 것 중 한 가지는 공감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음, 즉 존중과 배려다. 우린 동일한 상황에서 비난과 정죄를 일삼을 수도 있고 존중과 배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상처를 훈장으로 여기거나 특권으로 삼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은연 중 비난과 정죄 쪽으로 향한다. 그 가치 있는 경험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다. 상처는 소중한 경험이다. 소중함을 경험했다면 그것을 가꿀 줄도 알아야 한다. 잘 가꾼 정원은 결국 드러나 보이게 되고 타인에게도 유익하게 될 것이다. 눈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