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같이 있어주는 일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0. 9. 05:21
같이 있어주는 일.
아파서 정신 없이 자다가 눈을 뜬다. 찌푸둥한 몸, 개운치 않은 머리.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없이 기운이 빠진다. 좌절과 절망. 그리고 자책까지. 단 1초만에 밀려드는 생각이다.
그때다. 옆에 몸을 구부리고 불편하게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본다. 아, 난 혼자가 아니었다.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걸까. 북받쳐오르는 가슴. 감동이 밀려온다. 사랑을 느낀다. 사랑이 보인다. 사랑이 바로 여기 있다.
같이 있어주는 일. 결코 효율적이지 않은 일. 모든 몸과 마음이 소요되는 일.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일. 그러나 꼭 필요한 일. 가장 필요한 일. 사랑하는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
사람 살리는 일은 어쩌면 내 것을 잃으면서도 그것으로 뭔가를 얻어내는 일이 아니다. 그저 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