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시간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0. 16. 01:40
시간.
엑셀 파일 하나, 그것도 단 한 장의 스프레드시트를 완성했을 뿐인데 벌써 저녁이다. 자그마치 8시간이나 소요된 작업. 행여나 물거품이 될까봐, 이미 중간중간에 여러 번 눌렀지만, 퇴근하기 전 디스크 모양의 저장 버튼을 또 한 번 더 꾹 누른다.
반복된 작업으로 그새 굳어진 손가락을 이리저리 펴고, 기지개를 편 후, 머그잔 바닥에 갓 눌러앉은 검은색 커피딱지의 진한 향을 한 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간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엑셀 파일 한 장에 담긴 나의 하루가 저문다. 퇴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