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해질녘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0. 29. 15:28

해질녘.

기울어가는 햇살, 선선히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 사람들의 적당한 북적거림, 때마침 지나치는 자동차 경적소리, 깔깔대며 수다 떠는 여고생들, 그 옆을 꽤 진지한 표정으로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타이트한 레깅스를 입고 마치 누구 몸매가 더 좋은지 뽐내려는듯 잽싸게 달려가는 두 젊은 여인, 한가로이 벤치에 앉아 어른 몸집 만한 개에게 뼈다귀를 던져주는 체구 좋은 아주머니, 그리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치 흘러가는 세월을 멀찌감치서 관조하듯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나란히 앉아 있는 노부부. 오늘 동네 한 바퀴를 혼자서 천천히 걸으며 내 눈과 마음에 담긴 풍경이다.

어릴적부터 해질녘이면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국민학교 1학년 때였던가. 동네 슈퍼마켓을 하셨던 외할머니 댁에 며칠 머물 때 매일 저녁 바라보던 서쪽 하늘을 난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엄마가 보고싶어 눈물이 나곤 했는데, 창피함을 알 만한 나이라 그 눈물을 감추려고 혼났던 기억까지 생생하다.

무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공감일까. 사라져가는 것은 그렇게 외로운 걸까.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나처럼 바라봐주면서 함께 외로움을 느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