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aith

하나님, 지금 손해 보는 것 아니세요?

가난한선비/과학자 2013. 2. 9. 06:35

그러면서 한 편으로 느낀 것은 집안일이라는 게 하루 종일 해도 별로 표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루 종일 일해도 진전이 없어 보이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을 느낄 때면 내가 제대로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물론 생명을 키우는 모든 일이 귀하고 가정에서의 부모 노릇도 중요한 일이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다 거룩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고 그렇게 가르쳐왔다. 하지만 막상 반복되는 하루 일과로 지쳐서 무거워진 몸을 침대에 맡길 때 감정과 영혼도 같이 무거워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덧 몸이 피곤해서 새벽 기도도 못하고 개인 경건의 시간도 놓치고 성경책을 손에 놓은 지도 오래된 느낌이었다. 기껏해야 막내 아이를 재우면서 기도하는 것이 그 날 내 기도의 전부가 되는 날도 있었다.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내 안에 질문이 솟아오르곤 했다.

"하나님, 제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건가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좋은 건지요? 내가 꽁꽁 묶인 느낌입니다."

그럴 때면 하나님이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 같기 느껴지곤 했다.

"난 네가 그렇게 집안일 하고 있는 게 좋단다. 그 일이 네게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란다."

하지만 당시에는 왜 그 일이 그토록 중요한 일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큰 집회에 가서 말씀을 전한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받고 하나님의 선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하나님, 왜 나를 이런 환경 속에 묶어 두십니까?"

하는 하나님께서 내게 넷째 아이를 주심으로 내 시간을 너무 낭비하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나님, 지금 손해 보시는 것 아니세요? 제가 한창 일할 시기에 지금 이대로 썩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글을 쓸 일도 많은데 손 놓고 있고요. 집회와 사역 준비도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떠나서 다시 선교지로 갈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하나님은 묵묵부답이셨다.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네게 필요한 일이란다. 이 시간을 잘 이기면서 또 누리는 법을 배우려무나."

 

돌아보니 하나님의 시간 계산법은 나의 계산법과는 크게 달랐다. 어떤 시기에는 하나님께서 분 단위로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며 중요한 일들이 이루어지게 하시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막 몰아가시면서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이끄시는 손길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 때는 하나님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의 시간을 밀도 있게 쓰도록 도우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벽에 가로막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실 때가 있다. 그 때는 모든 방법이 허사가 되고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 있는 듯한 상황 속에서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실은 이 두 가지 상황 모두가 하나님 방식에 나를 맞추도록 조율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다. 하나님의 시간 계산법이 때로는 우리의 계산법과 매우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용규 선교사의 '떠남'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