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공항에서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1. 2. 04:12
공항에서.
공항 탑승 게이트 앞에 도착하니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남았었다. 허기진 배나 채울까 해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여유있게 즐겼다. 그런데도 한 시간 넘게 시간이 남는 것이었다. 공항에는 언제나 일찍 오게 된다. 언젠가 겪었던 그때처럼, 예상 밖으로 엄청난 줄이 만리장성처럼 견고하게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삼십 분 채 걸리지 않았다. 리프트 타고 공항에 오는데도 차가 하나도 막히지 않아 평소보다 삼십 분이나 더 일찍 도착했는데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책이나 읽자는 심산으로 남은 커피를 마시며 게이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거의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는 안내방송,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여러 나라 언어. 경고음을 내며 지나다니는 전동차들... 아...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시끄러운 음악이 낫겠다 싶었다. 집중이 안 되니 목도 뻐근하고 졸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책은 내려놓고 그저 차갑게 식은 커피만 홀짝거리며 멍하니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에 짐 싣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다. 짐 싣는 방법이 첨단화되었구나. 다 기계로 하네. 사람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히히덕거리며 농담따먹기나 하고 있네. 비행기 참 크다. 날씨 한 번 좋네. 젠장.
10시간이 넘게 타고 가야할 비행기 안에서 야심차게 책이나 두어 권 읽고 글이나 쓰자는 계획이 과연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12/15/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