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onologue
날카로우나 날카롭지 않은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1. 18. 08:01
날카로우나 날카롭지 않은.
메스가 날카롭지 않아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날카롭기 때문에 사람을 살리는 데에 쓰인다. 그러므로 관건은 날카로움의 정도가 아닌 날카로움의 방향이다. 정도가 아닌 방향이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또한 날카로움은 메스가 가진 기본적인 여러 속성 중 하나일뿐, 메스의 본질이 아니다. 하나의 속성을 그것의 본질로 착각하는 순간, 인식론적 폭력이 시작된다. 메스의 본질을 왜곡하여 그들의 뜻대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외친다. “우리가 사람을 죽여야겠으니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들어라.” 그리고 조용히 메스를 든다.
비판적인 지성과 분별력 또한 날카로울수록 빛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람을 살리는 데에 쓰이지 않고 죽이는 데에만 쓰인다면, 위에서 예로 든 메스의 오용과 같은 논리가 된다. 지혜는 날카로우나 날카롭지 않다. 죽일 수 있으나 살린다. 파괴할 수 있으나 탈구축한다. 날카로움을 가졌다면, 잘했다 수고했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다. 이젠 그걸 가지고 사람을 살려라. 여전히 ‘정도’에 연연하며 더 날카로워지길 애쓰고 있는가. 이젠 ‘방향’을 물을 때다. 당신의 빛나는 비판적인 지성과 분별력이 지혜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