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
눈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1. 24. 05:24
눈.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문득 무언가가 깨달아질 때가 있다. 보통 그럴 때마다 나는 희열을 느끼며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버릴 그 순간을 글로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글로 옮기다보면 이미 많은 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졌으며 거기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따른 해석이 불가피하게 자리잡는다. 역사도 실제 사건의 기록만이 아닌 역사가의 해석이 합쳐진 실체인 것처럼 내가 깨닫거나 알아낸 그 무언가가 인간의 눈에 보여지는 글이나 그림이나 음악으로 표현되어질 땐 해석이라는 과정이 첨가되기 마련이다.
어떤 글이 좋은 이유를 단순히 화려한 수사나 적절한 단어 선택, 혹은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문장 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두편의 글은 그렇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그 한 두편의 글에 매료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글쓴이의 글을 계속 읽고 싶어진다는 건 결코 글 자체가 갖고 있는 완성도 등으로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마주하게 되는 건 글쓴이의 관점이다. 글쓴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타자를 바라보는 눈,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글쓰기가 그저 문장력이 길러지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수단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궁극적으로는 세계관과 가치관의 수정 및 개혁에 방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따뜻한 눈을 가진 눈이 깊은 사람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