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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관이나 고정관념만큼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왜곡시키는 것이 또 있을까. 더욱이 소시오패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요즈음, 선입관과 고정관념을 이것의 암묵적인 배후세력으로 규정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사람을 공감하지 못해 사람을 해치는, 이 기형적인 존재의 탄생은 어쨌거나 우리 시대가 낳은 괴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적 요인의 기여도를 차치한다면, 소시오패스의 모습은 자기자신을 서민이라 여기는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존재한다. 공감능력상실이 항상 범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옳고 그름을 자신의 유익에 근거해서만 판단하는 모습은 비단 범죄자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인간은 아직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부분적으로는 그리고 간헐적으로는 모두 소시오패스의 기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했다. 무관심은 선입관, 고정관념과 서로 공생관계에 있다. 관심이 없으면 근거 없는 풍문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게 되고, 그대로 믿다 보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조차 못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결과, 인간은 사랑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10년이 넘게 요르단 선교사로 활약했던 김동문 선교사가 2016년 말에 출판한 "우리가 모르는 이슬람 사회"를 읽고, 내가 얼마나 이슬람 사회에 대해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는지 놀랐다. 게다가 그 단편적인 지식의 대부분도 근거 없는 루머에 기반을 두고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웠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이슬람이었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또 기독교인이었기에 대적해야 할 대상으로 당연히 무슬림을 지목했었다고 변명하는 내 모습도 직면할 수 있었다. 숨어있던 나의 잘못된 선입관과 고정관념이 그 실체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맹목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이슬람 사회를 두려워했고 무슬림을 혐오했었던 나도 결국은 부분적이고 간접적인 소시오패스였던 것이다.
동성애 문제를 대하는 기독교의 우파적인 관점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동성애가 죄라면서 그들을 인간 이하의 벌레로 취급하는듯한 기독교인의 태도와, 이슬람을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그들을 에돔 족속의 후예라든지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대적 정도로만 여기는 기독교인의 태도는 모두 인종 혐오 수준의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혐오 문제에 '사랑'을 대표명사로 하는 기독교인들이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잘 모르는 이슬람 사회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 올바로 알고 오해를 넘어 이해에 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인 김동문 선교사는 이 주제에 대해서 그 동안 많은 글을 써왔고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해 옴으로써 대중들에게 이슬람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헌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강한 여론처럼 버티고 있는 이슬람 사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다시 김동문 선교사로 하여금 펜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공했음이 틀림없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 김동문 선교사는 우리를 아랍 이슬람 사회의 일상으로 초청한다. 관찰자와 관광객의 시선을 넘어 생활인의 자리에서, 아랍인들도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했지만 잊고 있었던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 그들도 역시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적인 삶에 참여하고 있노라면, 그들을 매일 종교적인 행위만을 하거나 기독교나 서방 세계 (특히 미국)에 대한 악감정으로 매일 테러나 준비하는 단체인 것처럼 여기는 우리들의 그릇된 편견에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기본적 행위인 의식주에 대한 소개, 그들만의 언어인 아랍어에 대한 소개,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김동문 선교사는 관광객들이 아닌 현지 생활인들만 경험할 수 있는 아랍인들의 실제 일상적인 생활 공간까지 우리들을 데리고 간다. 또한 그는 중동 지역에 국경을 두고 있는 여러 아랍 국가들을 소개하는데, 그 뜨거운 땅의 나라 중동 지역에도 폭설이 내린다는 사실에 우린 놀랄 수도 있고, 종교와 민족 문제로 인하여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이슬람 사회를 오해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언론에 대하여 김동문 선교사는 일침을 가한다. 현지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하게 그 사실만을 중립적으로 보도해야 할 언론이 기존에 만들어진 편견을 깨기보다 굳히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실례를 들면서 밝힌다. 덕분에 우린, 한국 언론에 비춰진 중동 이슬람의 모습은 종교 이슈에만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팩트 체크를 하지 않은 채 외신에 무분별하게 의지하여 차별성 없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만이 아닌 세계를 공포에 물들게 했던 IS뿐만 아니다. 한국에서 크게 이슈화되었고 무슬림 혐오증을 더 증폭시킨 할랄단지 반대운동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사실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도 김동문 선교사는 책에서 밝힌다. 정치적인 압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팩트 체크는 기자들의 기본 사항이라는 명백한 부분을 고려할 때, 성의 없고 편파적인 언론의 역할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이슬람 사회"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책 전체에 저자 김동문 선교사의 한이 진득하게 배여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고 있었던 이슬람 사회에 대한 선입관과 고정관념과 무관심,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이슬람 포비아와 무슬림 혐오증에 대해 김동문 선교사는 한없이 아쉽고 답답하다. 이슬람 지역을 종교 이슬람의 시선에만 고정시키고 있는 우리들의 시선,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안경을 벗지 않는 우리들의 고고함, 그리고 사실이 사실인지 아닌지조차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들의 무관심에 치를 떤다. 10년이 넘도록 요르단 선교사로서 활약한 풍부한 경험에 의거하여 그만큼 팩트를 많이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한은 거칠지도 직설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포기가 아닌 소망이 묻어 있고, 그 뒤엔 사랑이 있다. 이 책은 이슬람 사회에 대한 팩트에 철저히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에서도 그의 한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우리들은 이슬람 사회에 대한 그 동안의 오해와 착각, 그리고 무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들을 이해하고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 280 페이지 분량의 책이 김동문 선교사의 한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는 아직도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그가 진정 바라는 것은 더 많은 분량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기보단, 더 이상 책을 출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이슬람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전달되는 것일 테다. 그들의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그들에게 기독교인으로서 복음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무관심의 옷을 입은 잘못된 선입관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어떻게 그들 앞에서 소시오패스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을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시작이다. 이 한 권의 책이 그러한 시작을 알리는 작은 불쏘시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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