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순으로 보여준 소중한 가치보후밀 흐라발 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다시 읽고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형용모순적인 상황은 한탸의 존재와 삶 모두를 잠식한다. 독서모임 ‘인생책방‘ 덕에 5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층위의 모순적 상황에 대해 주목할 수 있었다. 이 글은 그것들에 대한 나의 보잘것없는 분석이다. 먼저 이 작품의 심장을 가르는 주제, ‘책을 향한 사랑‘에 대한 두 겹의 점층적인 모순적 상황에 대해서다. 한탸는 폐지 압축공이다. 한탸는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에 한낱 종이 쪼가리로 취급받게 되는 책들을 파기하는 장본인인 동시에 그 책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겸비한다. 그는 파기되는 책들 중 일부를 선별하여 모으기도 하고, 읽고 온몸으로 흡수하기도 한다. 그 자신..

심플 플랜, 컴플리케이티드 휴먼 네이처스콧 스미스 저, ‘심플 플랜’을 읽고결국 심플 플랜은 심플하지 않았다. 플랜이 아무리 심플할지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장편소설의 방점은 플랜이 아닌 플래너, 즉 인간에 있다. 플랜이 아무리 심플해도 절대 심플하게 처리할 수 없는 존재, 인간 말이다. '심플'은 '컴플리케이티드'를 가리키고, '플랜'은 플래너인 '인간'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제목, '심플 플랜'은 '컴플리케이티드 휴먼 네이처'라고 나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한 시골 마을, 한 해의 마지막 날, 행크라는 이름의 화자는 자신의 친형과 형의 친구, 이렇게 셋이서 함께 우연히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하게 된다. 조종사는 이미 죽어 까마귀에게 눈알을 파 먹힌..

쪽박과 대박 사이: 작가, 운명, 기적폴 오스터 저, '빵 굽는 타자기'를 읽고이 책을 손에 집어든 건 비단 문지혁 작가를 작가로 만든 문장,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를 직접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목 ‘빵 굽는 타자기‘의 원제 ’hand to mouth'가 내 관심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원제는 말 그대로 하루살이를 뜻한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삶 말이다. 작가는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라는 문장을 잇는 다음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 부분이 원제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 동시에 폴 오스터의 담백한 심정을 잘 묘사한 것이라 생각한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그림자로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볼 때안규철 저,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을 읽고몇 개월 전 '사물의 뒷모습'이라는 에세이집을 읽고 안규철 작가의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다. 대상을 관찰하는 그의 시선, 그 이후에 따라오는 성찰, 그리고 사유의 마침표를 찍는 그의 통찰이 짧은 글 안에 잘 녹아 있었다. 제목에 나온 뒷모습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쏙 들었는데, 나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많은 말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듬어지지 않고 숨길 수 없는 한 사람의 본연의 모습이 뒷모습에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사물의 뒷모습이라니. 그의 시선은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생명을 가진 것들에 머물지도 않는다. 세상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보며 사유하는 작가 안규철의 그다음 책이 나는 몹시 궁금했다. 제목이 ..

불확실성,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삶문지혁 저, ‘고잉 홈‘을 읽고’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제목의 소설 작법서로 처음 만난 문지혁 작가의 소설이 궁금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초급 한국어‘를 고를까 하다가 작년에 출간된 ’고잉 홈‘을 이번 추석 연휴에 읽을 책으로 골랐다. 이유는 다분히 즉흥적이었다. 책에 실린 첫 단편이 뉴욕발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쓰였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한국발 엘에이행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감상을 남기고 있다. 비행기 안이라는 비슷한 상황 덕에 왠지 책에 몰입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즉흥적인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소설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긴다.1.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책을 여는 작품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사유와 감각, 피안과 차안의 합일: 단일성과 현재성에 대하여헤르만 헤세 저, '싯다르타'를 다시 읽고비록 ‘싯다르타’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보다 먼저 쓰였지만, 초독 때와 달리 이번엔 의도적으로 나중에 읽은 까닭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이루지 못한 공백을 '싯다르타'가 충실하게 메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르치스가 이성, 머리, 정신, 학문을 대변한다면, 골드문트는 감성, 가슴, 육체, 예술을 대변한다. 이 양극은 작품 마지막에 가서도 좁혀지지 않는다. 양극이 서로 다른 개인으로 발현되어 있다는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합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싯다르타'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진다. 마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싯다르타 한 개인 안에서 합일을 이룬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를 '사유와 감각의 합일..

마커스 보그의 고백마커스 보그 저, '마커스 보그의 고백'을 읽고이 책은 70년이란 세월을 살아낸 마커스 보그가 그의 ‘기억’, 그가 경험한 세 가지 측면에서의 ‘회심’, 그리고 그 여정에서 얻은 ‘확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삶을 돌아보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에 관련된 생각을 정리한 역작이다.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 사람이 나이가 지긋이 든 경우라면, 내겐 우선적인 경청의 대상이 된다. 나는 근본주의적 보수 신앙을 가진 채 시대의 조류와 어쩌다 맞아떨어져 연예인처럼 부와 명예와 힘을 거머쥐고 화려한 인생을 살다가 추하게 늙어버린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을 여럿 알고 있다. 그들의 말과 글은 공허하여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진리라면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이 진리..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출간!예상보다 빨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번 책은 투고 단계만 힘들었고 그 이후로는 속전속결이네요. 의대열풍, 인재 해외유출, 이공계 기피, 기초과학의 붕괴 등등이 현재 한국의 실정입니다. 이 책은 이공계 (생물학과) 대학/대학원생의 일상적 삶과 그들의 꿈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진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게 확실합니다. 인재들이 의사, 변호사만을 꿈 꾸고, 그들의 부모 또한 그런 직업들을 강제 주입하여 자녀들의 사상과 이념이 되게 만드는 시대입니다. 저항해야 합니다. 이 책이 그 저항에 하나의 작은 물결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해주세요. 책 여러 권 사서 주위에 있는 과..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추천사 -2: 등장인물들의 한마디어제 포스팅에 이어 나머지 추천사들을 소개합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이 추천사들은 본문 뒤에 실립니다. 등장인물들이라서요.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재미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책이 연휴 뒤에 출간되니 그때 꼭 본문을 읽고 다시 읽어보셔요~ 마지막 추천사는 이 책의 주인공인 민수의 글입니다. 마치 교신저자 같은 느낌이군요 ㅋ1.김영웅! 본인 이름이 독특하다고 놀림을 받을 때면 “우리 과엔 ‘최고봉’도 있다.”라는 한마디로 순식간에 잠재울 수 있었던 건 다 친구 잘 둔 복이죠. 그러니 자주 찾아와 맛난 거라도 사 줘야 하는데, 이젠 책까지 써서 제 실명을 들이밀다니… 저를 빛내 주려는 건지, 망신 주려는 건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추천사 -1드디어 어제 늦은 오후 최종본이 인쇄소를 향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제 기다리는 것밖엔 없네요. 총 열다섯 편의 추천사 중 책 앞쪽에 실린 추천사 여덟 편을 먼저 공개합니다. 출판사와 상의하여 약간의 수정이 된 최종본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시 읽었는데, 이런 분들이 듣보잡 작가가 쓴 첫 소설에 추천사를 써주셨다니 꿈만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1.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땀과 눈물, 희망과 좌절을 함께 체험하는 일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 회고록이 아니라 한 세대를 관통하는 과학자들의 성장기를 기록한 생생한 연대기다. 그것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

읽고 쓰는 사람 이동진이동진 저,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 이동진 독서법'을 읽고이동진은 영화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고 여러 매체에서도 그렇게 소개된다. 그가 남긴 짧지만 강렬한, 그래서인지 긴 여운을 남기며 수려하기까지 한 많은 명문들은 이동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조차 잘 알려져 있다.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해서, 혹은 독창적인 비평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글쓰기를 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동진은 이게 가능했고, 그 재능은 그의 꾸준한 '읽고 쓰는 삶'이 맺은 열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말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이동진의 독서법에 관해서다. 굳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하면 제목에 나와 있는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면 가장 정확할 것이다. ..

강유원 저, '철학 고전 강의' 4부를 읽고이중성에 대하여: 신적이면서도 인간적인끝없는 의심 끝에 도달한 부정할 수 없는 명징한 진리가 '의심하는 나' 혹은 '생각하는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 이렇게 신 대신 인간을 주체로 등극시키며 중세 철학을 닫고 근대 철학을 열었다고 여겨지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문장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이 한 문장이 갖는 의미와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의심하는 나의 존재를 인지한 이후 데카르트는 곧장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전통적인 순서를 뒤집은 것이었다.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아닌 조물주인 신의 존재를 먼저 상정하고 그 전제 하에 인간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 중세 철학의 사유 과정이었다면, ..

시간의 누적나이 들며 좋은 점 한 가지는 사람을 볼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눈이 달라졌다는 건 내 생각과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다가 보이는 것 한 가지는 시간의 누적이다. 한 사람 내부로 흐르는 시간은 절대 뒤로 사라지지 않는다. 가느다란 폭포가 되어 아래로 아래로 쌓이고 또 쌓인다. 시간은 앞에서 뒤로 수평으로 흐르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흐른다. 한 사람을 통과한 시간은 그 사람이 머물던 공간과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과 서로 엉기며 하나가 된다. 그렇게 고유한 색을 띠면서 내면 깊숙한 곳에 쌓인다. 과거의 기억을 잊는 것을 망각이라 한다. 우..

소박하고 친근한이승우 저, '소설가의 귓속말'을 읽고'고요한 읽기' 덕분에 이승우 작가의 에세이 혹은 산문의 매력에 빠진 이후, 나는 그를 전작 읽기 리스트에 조용히 올렸고, '생의 이면'과 '사랑이 한 일'을 읽으며 불편했던 그의 문체가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중첩되고 자꾸만 미끄러지는 그의 문장들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어쩌면 이승우를 읽는 고유한 가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간 '생의 이면'과 '사랑이 한 일'을 다시 읽어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여러 형태의 글들이 한데 모인 산문집이다. 에세이, 비평, 서평, 칼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글들이 책 한 권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갈한 느낌이나 다듬어진 느낌보다는 조금 더 이승우 작가의 ..

부재의 편재크리스티앙 보뱅 저, '빈 자리'를 읽고보뱅의 글을 읽고 있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곳에 가느다란 한 줄기 빛이 비칠 때야 비로소 드러나는 먼지처럼, 보뱅의 글은 평소에 모르고 지나치던 모든 존재들을 세밀하게 비춘다. 먼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지 않기로, 그러지 말자고 연신 다짐해 놓고도, 또다시 쫓기듯 살던 나는 그제야 쫓기는 나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걸음을 멈추게 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시간도 멈추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응시의 시공간이 열리는 순간이다. 그곳에서 나는 경건한 자가 되어 다소곳한 자세로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응시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모든 존재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부재' 혹은 '결핍'을 보게..

스스로를 추방시키는 용기줌파 라히리 저,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읽고제2의 모국어이자 주언어였던 영어로부터 스스로를 추방시키고 이탈리아어를 제3의 모국어이자 제2의 주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줌파 라히리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저명한 미국 작가다. 그녀는 인도 벵골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하여 이민자 신분으로 살게 되었고, 어릴 적엔 부모를 따라 벵골어를 사용하다가 미국 이주 후 영어를 사용하게 되며 이중 정체성을 평생 가지고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탈리아어가 느닷없이 그녀의 삶으로 들어와 중심부에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탈리아, 그리고 그곳의 언어를 흡수하고 싶었던 그녀는 미국 작가로 전성기를 누리던 2012년 돌연 이탈리아로 ..

처음 만나는 체호프안톤 체호프 저, ‘낯선 여인의 키스‘를 읽고체호프의 단편을 언젠간 꼭 읽어 보리라 다짐했던 건 도스토옙스키를 막 읽기 시작하면서였고 코로나가 발발하기 이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이다. 단편집도 책장에 잘 모셔 두었기에 마음 내킬 때 손에 잡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계획은 다른 많은 계획들과 함께 무산되었고 나는 약 천 권의 책 중 단 오십 권만 남겨 두고 처분한 뒤 한국으로 들어왔다. 체호프 단편집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녹색광선 시리즈를 좋아한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다. 나는 녹색광선을 통해 푸쉬킨, 발자크, 츠바이크, 페렉을 처음 만났다. 모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알 수 있..

겸손한 나르치스헤르만 헤세 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읽고'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읽으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나는 이제 이 작품으로 감동을 받을 만큼 순수하지 않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줄 긋고 되새김질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했다는 것. 재밌는 건 초독 때 밑줄 그었던 부분 중 팔 할 정도는 이번에 밑줄을 긋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인데, 주로 이 작품의 주제 혹은 헤세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자아 발견 및 실현 혹은 개성화에 관련된 문장들이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밑줄 그은 곳도 있었다. 주로 수려한 문학적 표현이 담긴 문장들이었다. 초독과 재독 사이의 7년이라는 기간은 그만큼 이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어 무너진 자존감을 주체적으로 회복하라는 메시지는 생각 없이 회색지대에서 기계적으로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용기를 선사한다. 남의 시선에 맞춰 살다가 문득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해 버린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는 구원과 해방을 선사해 줄지도 모른다. 우린 모두 사람이지만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 그 누구도 똑같지 않다는 사실. 여기에는 다양성과 개성이 기본 전제로 깔린다는 사실. 이 자명한 사실들을 개별적으로 깨닫고 실제 삶에서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추구하고 발전시키고 발현시키는 것은 마침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하며 삶을 살아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를 읽다가 한참을 멈춰 서서 생각을 ..

다정하고 성실한 창작 수업문지혁 저, '소설 쓰고 앉아 있네'를 읽고자조적인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제목이 특이해서 고른 이 책에 제대로 낚였나 싶었는데, 웬걸, 글쓰기를 막 시작하던 때완 달리 작법서의 효용에 대해 이젠 냉랭한 입장에 서 있는 내게도 이 책은 꽤나 유용했다. 시점, 이야기, 서사, 플롯, 묘사, 대사, 대화, 퇴고 등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사항들을 친절하게 소개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작법서들을 단순히 짜깁기한 듯한 고리타분한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작법서들을 굳이 보지 않아도 이 책 한 권이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저자 문지혁 작가의 진정성 있는 개인 서사가 진하게 묻어 있다는 점, 그리고 전혀 교조적이지 않고 다정한 옆집 형(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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