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대신 살아내는 소설가이승우 저, ‘소설을 살다‘를 읽고소설가라는 직업은 숙명이라는 생각을 나는 오래전부터 해왔다.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 혹은 훈련, 노력,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한 직업이 소설가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책은 소설가로서의 이승우 작가를 가득 담고 있다. 소설가와 소설에 대한 그의 내밀한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소설은 소설가의 기억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라고 말한다. 한 소설가의 모든 작품은 그 소설가의 자서전이라고도 말한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이 되든 소설은 소설가를 담아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서든, 굳게 닫아 두었던 기억의 저장고를 열어서든, 모든 소설은 소설가의 과거로부터 끄집어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
인생의 무게모든 것은 무게를 가진다. 인생도 그렇다. 무게를 가진 모든 것은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떻게 무게를 가지며, 어떻게 중력의 지배를 받는가?무엇엔가에 몸과 마음을 쏟아부은 시간이 인생의 무게라는 생각. 치열하게 자신을 바친 인생만이 무게를 가진다는 생각. 당신은 무엇에 자신을 바쳤는가? 혹은 바치고 있는가? 무엇에 이끌리어 자신을 불태웠는가? 혹은 불태우고 있는가?부유하는 인생은 가볍다. 모든 중력을 거부한 채 영위하는 인생은 고통도 없지만 의미도 없다. 책임질 일도 없지만 만족감도 없다. 매이지도 않지만 자유도 없다. 땀 흘리지 않지만 열매도 없다. 공허는 자유도 해방도 아니다. 하지만 인생의 무게는 선택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바칠 기회는 아직..
다채로운 여백들을 텍스트로 그려내는 작가, 클레어 키건클레어 키건 저,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고- 작별 선물성인이 된 한 여성이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영국 시골집에서 가족과 작별하는 순간을 롱테이크로 담은 초단편소설. 생리를 하기 전 얼마 동안 그녀의 이버지는 그녀에게 당연하다는 듯 성추행을 일삼았다. 어머니는 남편을 혐오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오빠는 아버지를 뒤이어 아버지와 함께 농사일을 한다. 그녀는 오빠나 언니처럼 기숙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다. 모든 게 다 아버지의 지배 하에 있었다. 그곳에 머문다는 건 곧 아버지로부터 영영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뉴욕행을 결정한 건 이미 정해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공항으로 가는 날 아침, 그..
처음 만나는 김애란김애란 저, '그랬다고 적었다'를 읽고정갈한 문장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꼈던 희열을 기억한다. 그런 문장들을 찾아다니며 어떤 작가에 한동안 머무르기도 했다. 문장으로 이루어진 비옥한 토양을 만날 때면 나는 뿌리를 깊게 내려 마치 모든 영양분을 흡수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그 문장들을 탐닉했다. 노트에 적고,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외우기도 했다. 살다 보면 마음을 안정시킬 문장들이 필요할 때가 있고, 움켜쥘 만한 문장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집착을 아마 비슷한 모양으로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에 갈 때마다 즉흥적으로 책을 사게 되는데, 이번에 내 손에 들어온 책 중 하나가 김애란의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였다. 수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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