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추천으로 순천에 위치한 골목책방 '서성이다'에서 9월 22일 저녁 7시에 '고전, 이렇게 읽었다'라는 제목으로 미니 북토크 겸 강연 겸 나눔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12월에 출간되었던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을 중심으로 저의 지식과 경험과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은 2023년 9월부터 1년 반 동안 대전에서 진행했던 오프라인 독서모임 이름이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전작을 거의 다 읽는 기적적인 모임이었습니다. 10명 정도의 인원이 지속적으로 모였던 그 시간들에 대한 고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순천은 처음입니다. 책 덕분에 새로운 만남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즐겁습니다. 독서모임과 책방의 콜..
박제된 용어에 생기를프레드릭 비크너 저, '통쾌한 희망사전'을 읽고박제된 교회 용어들에 신물이 날 때마다 더럭 겁이 났던 이유는 내 신앙이 표류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 아니라 공중에 붕 뜬 채 냄새도 맛도 나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유령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교회라는 안전지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신앙은 변화시켜야 할 세상을 어떻게든 도피할 장소로 여기게 만든다. 신앙은 관념이 아니다. 진공 속에서 위로와 치유만 선사해 주는 게으른 마법도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하나님을 믿고 신뢰한다는 단순한 지적 동의에 그치지 않고, 모든 삶의 기준이자 렌즈로써 그것을 실제 몸으로 살아내는 모든 실천을 포괄한다. 반면, 종교적인 형태는 갖추고 있으나 삶을 변화시킬 힘이 전혀 없는 신앙은..
필요한 건 선수감독 천지인데 선수가 없다. 모두 해설자다. 모두 가르치려 한다. 판단하고 질책한다. 시행착오조차 허락되지 않은 상황. 누가 감히 선수로 뛰고 싶어 하겠는가. 넘어질 자유, 실수할 자유, 실패할 자유를 빼앗긴 자에게는 다시 일어날 기회도, 점진적으로 온전함에 가까워질 기회도, 지난한 과정을 견디고 자신을 극복해 내는 기회도 빼앗긴 것이다. 단박에 무언가를 성취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끝내 칼을 뽑지도 못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 넘어지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알지만, 넘어져보지도 실수해보지도 실패해보지도 못하기에 그 지식은 죽은 지식이 되고 만다. 이 시대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지만 그것이 작동하는지 아는 이는 드문 이유다. 말과 글의 가벼움은 체화되지 못한 지..
바른 시작자신을 출세에 미끄러진 불운의 고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평범함에 소중한 가치를 두는 것처럼 쓰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빛나지 않는 일상을 그 누구보다도 혐오하고 실패라고 여긴다. 그들의 말과 글을 가만히 듣고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나는 원래 이런 삶을 살아야 될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뿐이야'라는 메시지를 어떻게든 전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다 큰 어른인데 여전히 철부지 아이처럼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떼를 쓰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두 번이면 하소연하고 싶은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거의 매번 그러니 보는 사람으로서는 안쓰럽기 짝이 없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율배반적인 마음을 시인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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