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 동네책방정해연 저, ‘결백’을 읽고- 수북강녕 단편집,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중 세 번째 소설마지막으로 안녕을 비는 한자어 ‘녕‘을 부여받은 소설이다. 역시 내겐 처음 읽는 작가의 글이었다.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범죄소설이었다. 설마 했던 반전이 그대로 일어나 맥이 좀 빠지기도 했지만, 단편소설의 장점을 잘 살린 데다 흡입력이 뛰어나 이 수북강녕 단편집의 마지막 주자로 손색이 없었다. 소설 속 수북강녕은 친모 살해가 일어나기 전 부녀가 들른, 식당을 제외한 마지막 장소로 등장한다. 지금의 창덕궁 옆이 아닌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했던 옛 수북강녕이다. 소설에서 수북강녕 대표는 동생 서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풀뿌리라도 잡으려 안달 난 언니 진희에게 그날 오후 모녀의 모습이 보기 ..
구원하는 힘정명섭 저, ‘하루’를 읽고- 수북강녕 단편집,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중 두 번째 소설이번에는 수.북.강.녕. 중 ‘강‘이 부여된 작품이다. 순서상으론 ’수‘ 다음으로 ’북’이어야 하지만, ‘북’이 부여되었어야 할 글의 저자 김자영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 자리가 무한히 연기된 탓에 세 번째 한자어, 건강을 소망하는 ‘강‘으로 바로 넘어가게 되었다. 정명섭 작가 역시 이 소설을 김자영 변호사에게 헌사한다. 그래서인지 ‘북’이 부여된 비어있는 한 페이지가 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특히 장수를 소망하는 ‘수’ 다음을 장식한 빈 페이지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정명섭 작가의 작품 ‘하루’에는 ’수‘를 장식했던 장강명 작가의 ’벡사시옹의 밤‘과 달리 환상적인 요소가 없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_’모리스 블랑쇼의 중성과 글쓰기, 역동적 파노라마’를 읽고경계는 실재하는가모리스 블랑쇼에 대한 이 짧은 소개글을 읽고 저자인 김성하라는 사람이 고마웠다. 분명히 쉬운 상대가 아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한 모리스 블랑쇼를 자기만의 언어로 쉽게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2차 저작물의 한계는 원철학자의 여과된 사상을 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 정도의 글이라면 나는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수용하기를 선택할 것이다. 다른 소개글을 쓴 다른 저자들은 마치 이 거대한 사상을 어떻게 20-30페이지 안에, 그것도 철학 입문자의 수준에 맞춰 쓸 수 있겠냐는 식으로 처음부터 불가능성을 전제한 채 약간씩은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난해한 단어들과 철학책만의 읽어도 무슨 ..
한계를 넘어 영원으로장강명 저, ‘벡사시옹의 밤‘을 읽고- 수북강녕 단편집,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중 첫 번째 소설순천 가는 기차 안에서 단숨에 읽었다.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 옆에서 소설 속으로 미끄러지듯 몰입되는 기분은 느껴본 자만이 아는 묘하고도 소소한 기쁨일 것이다. 직업 정신이 발휘됐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뒤로하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어 에릭 사티와 벡사시옹의 관련성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벡사시옹은 에릭 사티가 19세기말에 작곡한 건반 연주곡으로써 한 번 연주할 때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정도이지만 840번 반복해야 할 것 같은 비명시적인 조건이 붙어있어 쉬지 않고 연주하면 최소 약 14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실제로 후대에 첫 연주자가 그렇게 연주해 버려 840번 연속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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