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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워너 월리스 저, 새물결플러스 출판, “베테랑 형사 복음서 난제를 수사하다”를 읽고,
‘지식의 믿음’에서 ‘신뢰하는 믿음’으로.
"기독교인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기독교가 진리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 아니,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당신의 신앙을 변호할 수는 있는가?"
어쩌다 보니 최근 세계의 도마 위에 오른 한국의 창조과학자들처럼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고,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된 과학적인 (과학적이라 주장하는, 필자는 동의 못함) 증거 (결코 증거가 될 수 없는)를 들이대며 성경을 증명하려는, 가상하지만 헛된 노력을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렇다고 모두가 기독교 변증가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짐 월리스는 다음과 같이 강하게 말한다. 기독교인이라면 '단순한 기독교인'인 것에 그치지 말고, 자신이 믿는 것과 자신의 신앙을 변호할 줄 아는 '주창하는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고. '지식의 믿음'에서 '신뢰하는 믿음'으로 두 번째 발걸음을 떼라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짐 월리스 역시 피상적인 '지식의 믿음'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는 원래 비기독교인이었다. 게다가 그의 직업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미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베테랑 형사였다. 그러므로 그의 성서에 대한 입장이나 기독교인을 향한 입장이 어떠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굉장히 냉소적이고 비판적이었다. 그는 회의론자였다. 그 이유는 예수와 그의 행적을 사실로 기록한 복음서가 진정성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 사이를 이루는 공생애, 그리고 부활, 이 모든 기독교의 핵심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 곳이 복음서이므로, 복음서의 진위 여부는 곧 기독교의 진위 여부와도 같다. 그러므로 복음서가 가짜라면 기독교는 거짓 종교에 불과한 것이다.
어느 날, 그에게 기독교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믿지는 않았으나, 마침 그는 예수의 선한 삶에 대하여 배우려고 복음서를 읽던 중이었다. 그런데 복음서를 보면 볼수록 그 내용이 진짜 목격자들의 증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이다. C. S. 루이스의 말마따나 복음서가 진짜 목격자들의 기록이고, 그래서 예수에 대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주장은 무한한 중요성을 지니게 될 것이었다. 그는 회고하기를 자신은 도저히 맹목적인 믿음의 도약은 행할 수 없다고 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적어도 증거에 기초한 합리적인 결정이어야 했던 것이다.
그를 가장 방해했던 염려는 사복음서에서 공히 등장하는, 예수가 행했던 기적의 사건들의 진위여부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물들어 있었던 철학적 자연주의 영향 때문에 초과학적인 기적을 도저히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그러한 생각 역시 편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었고, 마침 자신이 베테랑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형사라는 직업정신으로 그는 형사사건의 목격자 증언을 검토하듯이 몇 주 동안 시간을 들여 복음서의 기록을 검토하기로 작정하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복음서가 목격자들의 기록임을 변증하기에 이른다. 그렇다. 이 책에는 복음서에 대한 그의 철저한 검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덕분에 우린 이 책으로부터 전통적인 신학자나 목회자의 관점이 아닌 형사 (그는 전직 형사였지만 현직 기독교 변증학 교수이다)의 신선한 관점으로 변증한 복음서의 흥미진진한 변호를 엿볼 수 있다. 나아가 그의 합리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한 복음서의 변증을 통해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의 신앙을 변호할 수 있는, '주창하는 기독교인'이 되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저자의 복음서 수사는 2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만,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1부에서 저자는 형사가 사용하는 수사 원칙 열 가지를 소개한다. 물론 모든 독자가 형사가 되기를 바라거나, 형사가 되어야만 자신의 본격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1부는 형사가 아닌 직업을 가진 우리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그 수사 내용을 좀 더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쓰여진 것이다. 아주 상식적이고 누구나 흥미를 느끼고 이해하며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다.
1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다음과 같다. 선입견을 버리고, 신뢰할 만한 증거를 선별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귀추법을 이용하여 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복음서를 읽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저자의 수사 내용이 적혀있는 2부의 주제는, 복음서를 이루고 있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신뢰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형사답게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실제 법정에서의 상황, 즉 변호사와 검사, 피고와 원고, 그리고 증인과 배심원의 역할을 빗대어가며 복음서를 철저히 수사해 나간다. 그리고 그는 결론을 낸다. 복음서는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신앙생활 중 적어도 한 번씩은 방황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믿음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하나님의 존재까지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어려움을 당할 때나 비기독교인들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궁과 비판으로 이루어진 논쟁에 노출될 때, 기독교는 고사하고 자신의 믿음조차도 변호하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믿음이 단번에 무너져 내림을 경험할 수도 있다. ‘지식의 믿음’이 가지는 한계인 것이다.
비기독교인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한 번씩은 기독교나 기독교인에 대해서 반감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독교나 기독교인에 대해서 검토를 진지하게 해보지도 못하고 거의 무조건적인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 적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지식의 믿음'은 비단 기독교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비기독교인조차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반감과 혐오감이 어쩌면 비기독교적인 '지식의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독교인의 믿음이 합리적이지 않고 다분히 무속적이고 이교도적이며 기복적이고 감정에 치우친 믿음에 머물러 있는 현상과 비기독교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지는 반감과 혐오감은 그 논리가 '지식의 믿음'이라는 맥락에서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기독교를 변호하든지 거부하든지에 상관없이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읽어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믿든지 안 믿든지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자신의 신앙이나 비신앙을 변호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기독교인은 저자의 도움으로 믿음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고, 비기독교인에게는 저자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수사 덕분에 기독교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과 혐오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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