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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2/3 정도 읽다가 2주 휴가를 가는 바람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이사야 특강'을 읽고 있는데, 집중이 잘 안 되어 집어 든 책이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하도 사람들이 꼭 읽어보라고 추천을 해서 이번 달 구매도서에 드디어 포함시켰었다. 오늘 천천히 두 시간에 걸쳐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아직까진 제목과의 연관성을 도무지 파악하지 못했다. 자퇴를 몇 번씩이나 한 '홀든'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느 남자 고등학생의 이야기인데, 나오는 에피소드나 생각의 관점과 패턴이 정말 웃긴다. 저자인 샐린저의 심리 묘사가 기똥차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배꼽을 잡고 웃을만한 일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여자들이 읽는다면 과연 남자가 읽을 때만큼 공감을 잘 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남자 기숙사에서의 일들과 남학생들의 여학생들에 대한 생각들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좀 진지하고 깊은 내용이리라 예측했었다. 일부러 책 소개 같은 건 읽지도 않고 책을 접하는 스타일이라, 이 책이 어떤 책인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서평이나 감상문을 남긴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여느 때처럼 일부러 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내가 직접 마주할 문학 작품의 첫 인상을 구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책은 술술 넘어갈 정도로 내용이 무겁지가 않다. 사실 약간 속은 느낌도 든다. 3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다. ㅋㅋ 아직 절반이 남았으므로 후반부로 갈수록 제목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며 내가 현재 판단하고 있는 것들이 터무니없이 어리석었던 것임을 인정하게 되는 반전이 생기길 바래본다.
작년에 아내가 사준 헤세 전집은 총 1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2권은 아주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나머지 10권 중 단 한 권, '유리알 유희'만 빼놓고는 모두 읽고 감상문까지 남겼다. '유리알 유희'를 읽을 용기는 아직 나지 않는다. 800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이 전집에 포함되지 않았던 헤세의 다른 중장편 작품을 두 권 샀다. 그 중 하나인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이라는 책을 어제 다 읽었는데, 작품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예술가가 아닌 이유가 책 내용에 깊이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머리로만 와 닿은 책을 감상문까지 쓰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넘기기로 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지 못했고 공감을 사지 못했단 말이다. 나머지 다른 한 권은 '요양객'인데, 이 책도 알고 보니 안에 다른 내용들이 섞여있다. 이래저래 헤세의 작품들을 10권이 넘도록 접하다 보니, 현대문학에서 헤세 전집으로 선정했던 책들의 리스트가 나름 의미있는 리스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헤세의 큼직큼직한 책들은 대충 다 읽은 것 같다. 짧은 글들의 모음까지 모두 찾아내어 읽어볼 필요까진 없을 것 같고,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만 읽고 헤세는 넘어서기로 한다. 다음엔 어떤 작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까? 참으로 하릴없고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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