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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을 환대하며 하나님 알아가기. 


김동문 저,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구약편'을 읽고.


성경은 모든 답을 알려주는 마법 책이 아닐 뿐더러, 인간의 성공과 번영을 위한 참고서도, 또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하나님과 인간과 세상 사이에 생긴 관계의 단절, 그 단절로 인한 결과, 그리고 그 불가항력적인 결과로부터의 해방과 구원, 회복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는 목적은, 김근주 교수의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에서도 강조되듯, 하나님을 알기 위해서다. 


'하나님을 알기 위해 성경을 읽는다'가 참이라면, '성경을 읽지 않고서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도 참이다.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안위와 유익만을 위해 보험이나 부적 같은 용도로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 (무늬만)도 이 세상엔 적지 않지만, 만약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면 (은혜 아닌가!),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하나 생기게 된다. '어떡해야 성경을 바르게 읽을 수 있는가?' 


성경 읽는 방법에 대한 책과 강연은 이미 넘치도록 많다. 그러나 여기, '성경을 낯설게 읽어보기'를 권하는 특이한 책이 있다. 책의 부제라고 할 수 있는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이라는 표현만으로도 이 책은 벌써 내 주의를 충분히 끌었지만, 책을 열어 프롤로그에 쓰인 '낯설게 만나는 성경'이라는 제목을 읽었을 땐, 이미 내 마음은 이 책에 대한 기대로 충만해졌다. 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될 만큼 또렷한 정신으로 난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림과 글이 절묘하게 어울려, 저자가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고, 읽는 이에게 지루함을 줄 틈도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으며, 가능한 천천히 읽으려 해도 자꾸만 책장이 넘어갈 수밖에 없을 만큼 강한 흡입력을 가진 책이었다. 높은 곳에 서서 함부로 결론을 지은 뒤 낮은 곳에 위치한 독자에게 교훈이나 지침을 던져주려 하지 않았으며,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독자의 자리로 내려와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책이었다. 책의 부제에 포함된 '낮은 자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이미 저자가 책을 구성한 의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저자와 독자가 함께 읽는 책. 아마 이 책을 손에 든 독자는 누구라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중동 선교사로서 그들의 낮은 자리의 삶을 직접 함께 하며 살아낸 저자의 일상의 호흡이 배여 있는 책이다. 낯설게 성경을 읽어보자는 그의 바람은 성경이 주어졌던 '그때 그곳'의 관점에서 성경을 바라보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성경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이지만, 동시에 성경은 '그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쓰여졌던 책이기에, 현재 우리가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관점은 성경이 처음 주어졌던 독자들이 이해했던 관점과 똑같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오류가 없을 거라는 논리의 비약으로 이루어진 오류로부터도 벗어나야 하며, 한낱 개인의 위로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성경을 읽는 사적인 복음의 관점으로부터도 벗어나야만 한다. '그때 그곳'의 관점에 대한 이해는 시간과 공간과 문화가 다른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낯섦을 거부하지 않고 환대할 때, 우리의 성경 이해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으며, 그 결과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인 김동문 선교사의 겸손한 도움으로 이러한 여정에 뒤늦게나마 발을 내디딜 수 있어 난 참 다행이다. 선교사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이 만화책을 이루고 있는 총 18개 짧은 꼭지의 공통분모는 '낮은 자의 하나님'이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낮은 자의 하나님'을 이해해 보며 '낯설게 성경을 읽는' 방법을 통하여 하나님을 더 알아갈 수 있다. 교회에서 익숙하게 수없이 많이 들어왔던 성경 본문만이 아니라 그다지 설교 본문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은 부분까지 고루 담겨 있는데, 때로는 허를 찔린듯한 기분으로, 때로는 뒤통수를 맞은듯한 기분으로 난 감탄과 함께 각 꼭지를 읽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인간은 고대 근동 신화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신을 대신하여 일하도록 지음 받은 노예 같은 존재가 아닌, 하나님 형상대로 지어져 하나님의 대리자로서의 임무를 부여 받은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살도록 지음 받았다는 사실. 난 이 사실 덕분에 하나님의 형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묵상할 수 있었고, 기독교의 구별됨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아브라함과 소돔/고모라의 나그네를 대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 (환대 vs. 천대)을 대비하는 부분에서 난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배제와 혐오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방법이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신앙의 완전체 이미지로 알려진 이삭 이면에 있는 아픔과, 그로 인한 하나님의 아픔도 아브라함 입장이나 설교자 입장이 아닌 이삭과 하나님의 입장에서 신선하게 (낯설게)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출애굽 이후 40년 광야생활에서 새로운 거룩함을 알려주신 하나님의 방법이었던 성막의 실체 (민낯)와 그 안에서 마치 3D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처럼 낮은 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섬겼던 제사장의 고군분투했던 삶도 저자가 제공하는 그때 그곳의 현실적인 해설 덕분에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이외에도 짧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재치 있는 (때론 폭소를 유발할지도 모른다) 그림과 함께 책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도 책을 책장에 꽂아놓지 않고 나처럼 책상 위에 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또 읽고 싶어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독자들이 "무엇보다 하나님은 힘 있고 권세 있고 풍족한 이들보다 나그네, 이방인, 여성, 노동자, 마이너리티, 상처 받은 사람, 연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 등 낮은 자에게 온 관심이 있으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이 책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의 바람은 적어도 나에겐 성취되었음을 밝힌다. 이러한 낯설게 읽는 성경 읽기 방법이 이 책을 통해 시작되어, 몰랐거나 희미하게 알았던 하나님을 밝고 선명하게 알아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되었음을 믿는다. 신약편이 기다려진다.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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