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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내가 가진 모든 소유물들을 하나씩 꺼내어 만져보는 일. 이사할 때마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다. 이삿짐을 쌀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놈의 짐들이 어디서 났는지 정말 무지하게도 많다. 먼지가 쌓여 내게서 외면 당하던 짐도 있고, 완전히 잊혀졌던 짐도 의외로 많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박스에 넣는 동안, 난 어느새 그것들이 소환해오는 기억들을 뿌리칠 수가 없어 저항 없이 그대로 추억에 잠긴다. 사진 하나의 추억, 쪽지 하나의 추억, 그리고 우리가 함께 웃으며 보냈던 나날들이 속속들이 살아난다.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그려지고 나는 시간 속에 멈춘 듯 잠시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오늘은 박스를 준비하고 책을 절반 정도 쌌다. 벌써 열 박스가 넘는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모두 짐을 싸야 하는데 오늘 같은 속도로는 힘들겠다 싶다. 내일은 좀 더 속도를 내야겠다. 추억은 이사 후에 짐을 풀면서도 또 마주할 수 있으니까. 그땐 조금 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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