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n monologue

두 번째 책의 윤곽

가난한선비/과학자 2021. 6. 24. 14:40

**세종도서 선정 덕분에 2쇄를 서둘러서 찍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1쇄 2천 부를 이런 식으로 완판하게 되네요. 참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냥 저는 끄적거렸을 뿐인데 제 글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해주시고 이끌어주신 선율 출판사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두 번째 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근 윤곽이 꽤 뚜렷하게 잡혀서 소식을 잠깐 전합니다.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에는 출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두 번째 책의 윤곽.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지금 쓰고 있는 두 번째 책은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한 문장으로 두 번째 책의 의도를 요약하자면 ‘생물학 쉽게 풀어 쓰기’ 정도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책이 아주 상식적인 생물학 원리나 지식들을 기독교 신앙과 신학, 교회와 세상 등과 연결하여 독자들이 한 번쯤 묵상할 수 있는 에세이였다면, 두 번째 책은 생물학 교과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할 생물학 전문지식을 쉽게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 정도가 될 듯하다. 그러나 이미 비슷한 목적의 책들이 존재한다. 번역서도 있고, 심지어 만화를 이용한 책들도 출판되어 있다. 즉, 생물학 전문지식 쉽게 전달하기가 유일한 목적이라면 내 책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과의 차별성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목적의 책 저작과 출판은 무가치한 공해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차별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다른 저작들과 달리 교과서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같은 요리가 탄생하지 않듯, 같은 생물학 전문지식을 다룬다고 해서 같은 전달효과가 나진 않는다. 단지 난이도 하향조정만으로는 좋은 책으로써 가치를 지니기엔 부족하다는 말이다. 


내 책은 ‘닮음과 다름’, ‘인간의 특별함’, 이 두 커다란 주제를 다루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생물학 관련 질문들에 답을 해나가는 형식을 따른다. 생물학 전문지식은 그렇게 답을 해나가는 여정 중에 재료가 될 뿐이다. 어찌 보면 목적과 수단이 바뀐 거라고 볼 수도 있다. 단지 교과서의 다른 버전이 아니라는 말이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한 질문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쟨 누굴 닮아서 저래?”, “너 닮아서 그렇지!”, “웃기지 마. 당신과 나 반반씩 닮은 거야.”, “아니, 누구도 닮지 않은 쟤의 독특한 캐릭터인 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르지?”, “아이와 어른은?”, “혈액형도 다른데?”, “선천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나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 거지?” 등등. 


두 번째 주제에 대한 질문은 조금 진지한 편이고 인문학적으로도 성찰 가능한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비교해서 과연 특별할까?”, “특별하다면 왜 특별할까?” 등이다. 


이렇게 두 주제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답을 해나가면서 일반생물학,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의, 전문가에겐 기본적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전문적일 지식들을 여행 가이드하듯 전달하는 형식으로 책이 꾸려질 예정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생물학 전문지식을 익혔다는 지적 만족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일상 속 흔한 궁금증에 답을 얻었다는 문제해결의 시원함이 덧붙여질 것이다. 


두 번째 차별성은 ‘문학’과의 접목이다. 생물학과 문학을 접목한 책은 내가 알기론 이 책이 최초가 아닐까 한다. 생각도 해보지 못한 형식의 시도다. 첫 번째 차별성에서 부각된 것처럼, 일상적인 질문에 생물학 전문가가 여행 가이드하듯 쉽게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답을 해주는 형식은 그것만으로도 꽤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 집중하지 않으면 다분히 지루한 강의 형식을 완전히 탈피할 순 없다. 생판 모르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선생의 옷을 완전히 벗어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문학과의 접목은 이러한 불가피한 약점을 훌륭하게 보완해주면서, 동시에 독자가 가진 질문의 힘이 신선한 호기심과 더불어 더욱 강력해질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독자가 품은 일상적 생물학 질문들이 독자 자신의 삶뿐만아니라 문학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 일종의 희열 같은 감정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닮음과 다름’ 편에서 다룰 문학작품 중 하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카라마조프적’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올 만큼 이 작품 속에는 생물학적인 유전을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버지 표도르의 살인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네 아들들 사이의 차이도 작품 속에서 중요한 하나의 축을 담당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 생물학자의 시선이 녹아들어갈 예정이다. 문학작품을 해설하는 기능도 있을뿐아니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생물학적인 관점으로의 접근은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물학이 관련된 건지도 모를 일상 속 흔한 질문들, 그 질문들 이면에 숨은 생물학 전문지식을 파헤치고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저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 그 훌륭하고 든든한 여행 파트너가 되어줄 문학작품의 문학적/생물학적인 해석과 해설. 며칠 전 석영중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라는 책을 읽어나가다가 석영중이 사용한 글쓰기 형식에서 돌연 번쩍하는 빛을 발견한 이후, 커다란 힌트를 얻어 현재 문학편을 써나가고 있다. 생물학편 일차 초고는 몇 주 전 완료된 상태다. 글이라는 게 매일 동일한 분량을 항상 만족스럽게 써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인사이트를 얻었을 때 바짝 조여서 진도를 좀 내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아니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많아서 고민이다.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할 때 생기는 부정적인 것들의 폐해를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킬 건 지키면서, 한계를 불평할 게 아니라 인지하고 오히려 즐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한다. 아모르 파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조금씩 성실하게 전진하면 된다. 치기어린 이십대도 아니고 인생의 후반전엔 특히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결과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과란 게 과연 무엇일까, 하고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