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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아쉬움과 소소한 행복의 경계에 서서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11. 21. 22:10

아쉬움과 소소한 행복의 경계에 서서

갑자기 추워지는가 싶더니 그것도 며칠. 기온은 다시 뒷걸음쳐 거의 한 달간 제자리에 멈춘 듯하다. 한낮에는 아직 반팔만 입어도 실내에서 활동하기엔 별 문제가 없고, 밤이나 이른 아침엔 외투 하나 걸치면 불편함 없이 지낼 만하다. 캘리포니아에서 보내던 가을 같은 겨울과 별 다른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12월이 되면 달라지려나. 7년 만에 맞이하는, 곧 닥칠 겨울에, 그게 뭐라고,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나도 모르게 은근히 기대가 되나 보다. 진짜 겨울을.

어제는 부쩍 커버린 아들 겨울 외투도 하나 장만했는데, 내 것도 하나 살까 하다가 말았다. 장롱 속엔 캘리포니아로 오기 전에 입던 두꺼운 외투 두 개가 약간 낡았을 뿐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올 겨울은 그냥 이렇게 지내보련다.

송년회라고 이곳저곳에서 모일 날짜가 정해진다. 공교롭게도 모이는 장소가 모두 서울이다. 그것도 평일 저녁.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탓에 직장이 대전에 위치한 점을 나름 좋아하고 있었는데, 사람 만나려면 한국에선 어쨌거나 서울이 중심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언제나 주류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살아온 나날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나도 이럴 땐 운명이란 걸 믿게 된다. 그러나 나는 늘 아쉬움과 소소한 행복의 경계에 선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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