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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부럽지도 두렵지도 않은

가난한선비/과학자 2015. 5. 7. 05:40

요즘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하나님을 별로 찾지도 않으면서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대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말로 뚜렷한 자기 주관이 저 사람을 만든 걸까? 아니 어쩌면, 저 사람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게 아니라, 자기 주관이 전혀 없는 대신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의해 원격 조종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지금도 그렇지만 일생을 강한 캐릭터로 살아왔고, 진짜 열심히 일도 해봤던 내가 변한 것일까? 아님, 그냥 쓸데없는 생각일까?


문득 이런 극단적인 생각도 해본다. 하나님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지혜 없이 무언가에 제동이 걸려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사단의 꼭두각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바쁘다는 것과 자신이 그동안 이뤄낸 업적을 드러내지 않고 고급스럽게 은근히 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겉으로 겸손한 척 유머까지 곁들여가며 번지르하게 말도 잘하고, 실제로 객관적으로 대단한 수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대부분을 이룬다. 한마디로 자칭 성공자들이다.


난 이젠 그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 그들이 잠깐 나에게 압박을 주기도 하고, 내 위에 군림하기도 하며, 나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들이 두렵지도 않다. 난 사단에 의해 원격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고, 거짓된 겸손을 뽐내는 자만심의 끝에 서기도 싫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제 난 행복이란 게 그런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거짓 겸손이 나름 성공한 그들의 잘못된 여유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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