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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가을

가난한선비/과학자 2009. 9. 22. 11:59
선선한 날씨에 이불을 폭 덮고 자고 난 다음날은 마냥 상쾌하기만 하다.
워낙 덥고 찝찝한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한겨울에도 창문을 꼭 닫아 놓고 자는 법이 없었다.
이불이 제공해주는 따뜻함을 느끼며 자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랄까.

하지만 어젠 자다가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아직 겨울이 오려면 멀었는데 이불은 나에게 예전의 그 따뜻함을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선한 날씨는 그대로이고 이불도 그대로인데 내게 느껴지는 따뜻함만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가을의 선선한 대기를 피하기 시작한 거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서부터였던가.
임신한 아내의 배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나의 팔베개를 하고 잠을 청하던 아내를 품에 안고 잠들기를 그만둔건.

언제부터인가 아내를 안고 잠이 들던 일상은 내게 말할 수 없는 행복과 위안을 주고 있었나보다.
싱글일때 이불이 주던 따뜻함은 언제부터인가 내 품에 안긴 아내의 따뜻한 체온이 대신하고 있었던거다.
그리고 어제, 자다가 선선함이 아닌 차가움이 느껴졌을 때 예상보다 훨씬 크게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진거다.

아내에게 팔베개를 하고 아내를 품에 안고 잠들던 포항에서의 일상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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