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싱가포르
무슨 책을 가져갈까 책장을 수십 분 쳐다본다. 다 이유가 있어 들여왔지만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 동안 외면받던 책들의 눈길은 은근히 따갑다. 죄책감마저 느껴지는데 이마저도 다시 책을 읽게 되는 하나의 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런 시선을 느끼는 예민함도 다 내가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탓이리라. 나는 어젯밤 그들을 하나하나 만져주며 훑어보았다.
학회 참석 차 싱가포르로 간다. 3박 5일 일정이다. 세 권을 골랐다. 학회 시간에는 과학 공부에 집중해야 할 테지만, 비행기로 오가는 시간이나 밤 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히 한두 권은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예상은 어긋나기 마련이라 어찔 될지는 모르겠다.
이동 중에는 한창 읽던 책이 아닌 경우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을 선호한다. 가장 읽기 수월한 건 에세이다. 내가 어젯밤 단편소설 하나와 에세이 하나를 챙긴 까닭이다. 나머지 하나는 밀린 느헤미아 수업 교과서인데, 읽기도 쓰기도 잘 안 될 땐 온라인 수업이 의외로 좋다는 걸 여러 번 체험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뭔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계획해 놓은 것이다. 아, 이런 치밀함이라니. 비록 나는 아직 절박함이라 부르지만. ㅎㅎ
11일 내일부터 서점에서 책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싱가포르에서 그날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부디 귀국해서 탄핵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길 바란다. 똑똑하나 반지성적이고, 대의를 위한다고 하나 사리사욕에 사로잡혔으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나 가까운 자기 미래밖에 신경쓸 줄 모르는 불의한 권력자들은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함부로 이 상황에 양비론이니 중용이니 화해니 하는 단어를 함부로 지껄이는 인간들도 사라지면 좋겠다. 어떻게 정의와 불의가 중용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선과 악이 화해를 할 수 있겠는가. 둘 다 안겠다는 말은 한 사람이 아닌 모든 인류를 사랑한다는 말처럼 한없이 공허할 뿐이다.
'in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과 바람 (0) | 2024.12.22 |
---|---|
힘을 빼야 할 때 (0) | 2024.12.18 |
일상이 되었다는 것 (0) | 2024.12.03 |
기득권층의 관성 (0) | 2024.11.27 |
포용과 방관과 상대주의 사이 (0) | 2024.11.25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