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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펜의 무게

가난한선비/과학자 2025. 12. 14. 20:08

 

펜의 무게

글쓰기는 펜의 무게를 다르게 느끼는 여정을 거친다.  

먼저 펜의 무게를 모르는 단계. 글쓰기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태다. 글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펜이 가벼운지 무거운지에 대해 감조차 갖지 못한다.  

둘째, 펜이 무겁게 느껴지는 단계.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상태다. 글쓰기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펜을 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글쓰기를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멈춘다. 

셋째, 펜이 가볍게 느껴지는 단계. 글쓰기를 수개월 혹은 수년 지속하게 되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글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써낼 수 있는 상태다. 글쓰기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을 시기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다. 많은 경우 다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주위로부터 인정도 받기 때문에 종종 오만한 마음을 갖게 된다. 

넷째, 펜이 다시 무겁게 느껴지는 단계. 이미 많은 글을 써본 경험을 가진 시기로써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어 글이 예전만큼 잘 써지지 않는 상태다. 글은 단순히 창작물에 그치지 않고 글쓴이와 글쓴이의 삶을 반영한다는 것, 작가와 작품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기다. 참고로 글 좀 쓴다는 사람들 중 의외로 많은 수가 이 넷째 단계로 오지 못하고 셋째 단계에 머문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다섯째, 펜의 무게를 다시 잘 모르는 단계. 펜이 무거웠다 가벼웠다 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치면서 펜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는 것을, 아니 반대로 펜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는 것을, 그 양극성을 인지하게 되는 상태다. 함부로 쓰지 않고, 많이 쓰지도 않으며, 쓴 글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려고 한다. 글이 무엇인지,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그런 글을 쓰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아는 상태이기도 하다. 성숙한 작가, 고유한 문체를 가진 작가, 그러나 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겸손하게 배우며 성실히 펜을 꺾지 않고 계속 쓰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과언은 아닌 단계라고 해도 되겠다.  

오늘 당신의 펜은 어떤가? 가벼운가, 무거운가? 펜의 무게와 상관없이 그러나 정진하길 바란다. 성실히 지속하는 것이다.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로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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