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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승부를 보는 책방이 많아지기를

이지민 저,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를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고, 책방에 대한 좋은 기억들도 하나둘씩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책을 손쉽게 구매하고, 읽고, 팔기까지 하는 이 시대에 오프라인 책방이 갖는 존재감은 비단 소중한 향수를 넘어 지켜야 할 사회적 자산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에서 11년을 살았고, 한 아이를 키워본 한 명의 아빠로서 나는 책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아이의 손을 잡고 꼬박꼬박 동네 도서관에 들려 여러 권의 책을 빌려서 매일 밤 베드타임 스토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한 편이 아련해진다. 내 아들은 킨더에 들어가기 일 년 전에 프리킨더에 다니며 단체생활을 시작했다. 만으로 네 살 무렵이었다. 태어난 직후부터 베드타임 스토리를 일종의 의식처럼 해왔기 때문인지 아들은 책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었다.

미국 학교 시스템의 기본은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다 (어려운 수학 문재 풀기가 아니다). 프리킨더부터 시작되는 이 일련의 활동들은 대학에 가서도 지속되고 강화된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아이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근본적인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이 차이가 늘 아쉽다. 단답형,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육, 토론과 대화가 부재한 자리에 떡 하니 들어앉은 암기식 교육 문화는 시대착오적이며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저자가 일곱 살 딸과 함께 동네 책방들을 다니며 쓴 책방 소개서이자 책방에 대한 러브레터다 (저자의 일상과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소개된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미국의 읽기 문화를 고려하면 미국 동네책방이 한국 동네책방보다 힘이 있고 생존에 유리할 거라는 점은 아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말하자면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이미 미국 사람들의 오래된 읽기 문화와 책을 대하는 정서가 우리와는 현저히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커피를 팔지 않았기 때문에 브루클린 책방이 살아남은 것처럼 이 책을 읽어서는 곤란하다. 인과관계를 반대로 생각해야 옳다.

이 논리는 커피나 빙수, 과자나 캔디, 그리고 여러 굿즈를 판매하면서 책방을 운영하는 한국 책방의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도 된다. 요컨대 한국 책방은 커피를 팔아도 생존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 따윈 팔지 않아도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팔고 안 팔고에 대한 상업적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사람들의 읽기와 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한국 책방에서도 커피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아닌 책만으로 승부를 보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브루클린 책방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동시에 브루클린 책방들도 생존 여부를 늘 고려하고 있다는 현실을 언급하는데, 이는 미국 역시 동영상과 쇼츠, 스마트폰과 온라인 매체 등으로 소급되는 이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보다 느릴 뿐 미국도 서서히 오프라인 책방의 존재감이 이전과 달리 소멸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곧 커피를 팔고 굿즈를 팔며 손님을 유인하는 브루클린 책방도 속속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책과 독서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도 그들 역시 시대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역시 저자와 동일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먼저는 오프라인 책방에 대한 향수와 좋은 기억들 때문이다. 그리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으며 가방 속에 들어가 어디든 나와 함께 하는 책이라는 실체의 존재감을,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고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 고유한 가치를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사랑하고, 지켜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브루클린 책방들이 앞으로도 커피를 팔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기를, 또한 한국 책방들도 기적처럼 부활하여 같은 길에 설 수 있기를.

#정은문고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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