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n monologue

진짜 비극

가난한선비/과학자 2026. 3. 24. 23:27

진짜 비극

"이 세상에는 오직 두 가지 비극만이 존재하네. 하나는 자기가 원하는 걸 갖지 못하는 비극이고, 다른 하나는 마침내 갖는 비극이지. 두 번째가 훨씬 나빠. 이게 진짜 비극이라고!" 

문지혁 작가의 '중급 한국어' 167페이지에 적힌 문장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원더미어 부인의 부채' 중에 나오며, 저자 자신으로 생각되는 화자가 자기 책상에 붙어 있는 문구라고 한다.  

역시 오스카 와일드는 천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전체를 두 개로 나누고 그 두 개를 모두 부정하는 방식. 왜 나는 적어도 하나는 긍정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걸까. 아니, 둘 다 긍정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역시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둘 다 부정이어야 말이 된다. 그래야 문장이다. 그래야 책상에 붙일 만한 문구가 된다. 그렇다면 나도 하나 만들어볼까? 패러디이지만.  

"이 세상에는 오직 두 가지 비극만이 존재하네. 하나는 자기가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비극이고, 다른 하나는 더 벌 필요가 없이 돈을 많이 가진 비극이지. 두 번째가 훨씬 나빠. 이게 진짜 비극이라고!" 

문득 나는 이 세상에는 세 번째 비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도 한 가지를 놓친 것이다. 세 번째는 바로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비극이다. 나는 이게 진짜 비극이라고, 이 시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패러디한 문장에서도 세 번째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문화에 휩쓸려가는 비극이다. 역시 시대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요컨대 가장 큰 비극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세상이 달리는 대로 수동적으로 달리는 인생에 있는 것 같다. 자아를 잃어버린 시대다.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을 잃어버린 시대다. 나를 먼저 찾아야 한다.  

수동적인 순응은 시한폭탄과 같아서 언젠간 폭발할 것이다. 반항이라도 좋다. 그러면서 개성을 찾는 것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순종에 이르기까지 어찌 조용한 삶만이 존재하겠는가. 넘어지고 부러지면서 가는 길만이 답이다. 제발 남 눈치 보면서, 중간만 가면 된다면서, 숨 죽이고 살지 말라. 그런 인생이야말로 진짜 비극을 만드는 주범일 테니까.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