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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설교하다

안진섭 저, '말씀 따라 한 걸음씩'을 읽고

새누리2교회 대표목사이자 약 2년 전부터 나에겐 '우리 목사님'이 된 안진섭 목사님은 파킨슨씨 병을 앓고 계신다. 파킨슨은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며, 알츠하이머가 기억력 감퇴 같은 인지 장애 쪽이라면 파킨슨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멸로 인한 운동 장애가 주된 증상이다. 

60세 이상에서 약 1퍼센트 내외의 발병률을 보이는 이 병을 앓았던, 혹은 앓고 있는 사람들 몇몇을 나는 알고 있다.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함마드 알리,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이었던 마이클 J. 폭스, 그리고 가톨릭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한국인으로는 600백만 불의 사나이,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스타워즈'의 한 솔로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양지운 등이다. 

무함마드 알리는 은퇴 후 3년 후인 1984년에 파킨슨을 진단받았다. 그의 나이 42세였다. 1942년생인 그는 2016년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파킨슨 투병 32년 째였다.

마이클 J. 폭스는 1991년, 그러니까 그가 29세 때 조기 진단을 받았지만, 2026년 현재까지 활동을 35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파킨슨 연구와 치료에 많은 기부와 헌신을 이어가고 있다. 1961년 생인 그는 현재 64세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나이 71세 때 파킨슨 진단을 받았다. 1920년생인 그는 14년 동안 투병하다가 2005년 향년 84세로 선종했다. 

1948년 생인 성우 양지운은 그의 나이 69세가 되던 2017년에 파킨슨 진단을 받았다. 2026년 현재까지 9년째 건강을 유지하며 재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재 78세이다. 

파킨슨은 꾸준한 재활과 가족, 친지, 친구의 관심과 도움을 받는다면, 내가 예를 든 경우처럼 평균 수명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파킨슨병 자체가 사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폐렴이나 낙상으로 인한 골절 같은 부가적인 사고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리가 중요한 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진섭 목사님은 50대 중반에 파킨슨을 진단받았다. 현재 6년째 투병 중이다. 책에서도 밝히듯 그는 2025년 3월 9일 주일 설교 시간에 파킨슨 진단받은 사실을 고백했다. 나는 그 고백을 똑똑히 기억한다. 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 숙연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목사님이 그 고백을 하기까지의 마음이 헤아려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진정한 고백은 자유케 하는 힘이 있는 법. 나는 이미 목사님의 거동을 보고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생물학자의 눈에는 달리 보이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사실로 공표되고 나서 모든 성도들이 힘을 합하여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좋게 해석하게 되었다. 

진단받기 전과 달리 운동 장애가 생겨 생활에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이 책 초반에서부터 고백된 문장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목사라는 직업이 쓰고 말하는 것이 주된 활동인데, 이것들 모두에서 예전과 다른 점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의 괴로움은 나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잘하던 것들을 잘할 수 없게 된 자의 비애는 겪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일 것이다. 실제로 설교 시간에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 빨라지고 발음이 부정확해질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기도가 된다. 

저자가 책의 1부를 고린도후서 12장 7-10절 말씀으로 시작한 것처럼, 나 역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안진섭 목사님에게 파킨슨을 허락하신 이유를 가시(간질(뇌전증))를 바울에게 주셨던 이유에서 찾는다. 그리고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안진섭 목사님도 동일하게 질병으로 인한 약함이 아닌 그 연약함 가운데 임한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은혜와 사랑을 고백한다는 점에서 나는 살아있는 믿음과 견고한 신앙,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 그리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본다. 목사님의 설교도 좋지만 목사님의 존재 자체가 내겐 은혜가 된다. 이건 목사님이 바라신 삶으로 전하는 설교의 열매일 것이다. 부디 꾸준한 운동과 재활을 지속하셔서 가족과 성도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오래오래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끝날까지 잘 감당하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이 책은 성경적 교회론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담고 있다. 성경적이라는 말이 많이 오염되어 있는 터라 나는 의심의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나, 책을 다 읽고는 오히려 성경적이라는 말은 이렇게 써야 제대로 사용하는 거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실제로 군더더기 없이 신약성경에 나오는 교회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원래 안진섭 목사님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드라이하고(?) 딱딱하지만(?) 핵심과 본질을 정확히 간파하여 살만 발려내는 스타일로 교회론을 풀어준다.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려울 정도로 현학적인 이론서가 아니라 한 편의 설교처럼 글을 따라가다 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는 글로 이뤄져 있다. 그러므로 '이론서'라는 단어 때문에 혹여나 이 책에 진입하기 꺼려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건 큰 오산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목사님이 밝히셨듯 성경 속 이야기들만이 아니라 새누리2교회가 공동체로서 함께 겪은 이야기들도 있어서 지금도 예수가 머리 된 교회는 건강할 수밖에 없고 생명력이 숨 쉴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 

새누리2교회에 몸 담은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이 교회로 오게 된 건 선율 출판사 이재원 대표님의 추천이 발단이었지만, 실제로 교회를 방문하여 목사님의 설교를 여러 번 듣고 교회 분위기를 맛본 뒤에야 나는 등록을 결정했었다. 내가 느낀 건 건강함이었다. 건강한 분립 개척의 열매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목사의 제왕적이고 수직적인 시스템이 아닌 모든 성도가 수평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 분위기로부터 나는 다른 교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건강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2교회에서는 장로, 권사, 집사 같은 직분이 없다. 모두 형제, 자매다. 회중 중심의 침례교단 영향 때문만이라고는 설명하지 못하는 새누리2교회만의 분위기가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를 교회가 교회답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기업이 아닌 교회, 사교모임이 아닌 교회, 교회 다운 교회로 새누리2교회가 영원하길 기원한다. 안진섭 목사님이 은퇴하실 날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영원히 유지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샘솟는기쁨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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