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화창하고 밝고 따뜻한 날이 다른 곳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여기, 서던 캘리포니아에는 “희망의 도시 (City of Hope)”라는 이름을 가진 병원이 있다. 그러나 그 좋은 첫 느낌은 이 병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순전하고도 완전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완벽한 역할을 한다. 이 희망의 도시는 희망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아닌, 그런 희망이 간절하게도 요구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일하고 있는 City of Hope는 암당뇨 전문 병원이다.
커피 한잔을 위해 스타벅스로 향하는 2분 거리에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그 짧은 5분간의 순간에도 난 기쁨이 사라져버린 회색빛의 앙상한 얼굴들을 만난다. 많은 이들이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 모자로부터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너무 말라 골격의 구조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날 스쳐지나갈때 나는 병원 냄새는 고독이고 슬픔인 것만 같다.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쳐 잠시 짓는 의례적인 웃음조차 내 마음 저변에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때론 그 웃음엔 슬픔만이 아니라 조소도 담겨 있음이 느껴진다. 아,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어찌 그들의 아픔을, 그들의 마음을 과연 십분의 일이라도 공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다행스럽게 내 눈에 비춰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 늘 함께라는 것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도 같은,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의 아픔과 최후의 죽음까지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 발가벗겨진 그들의 실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묵묵히 함께 하는 사람들. 그 소중하고도 소중한 사람들. 난 이들에게서 희망을 느낀다. 함께 함은 소중함이고 그 소중함은 희망과 닿아 있다. 난 City of Hope에 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