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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변화의 간극.
마치 탐정이라도 된듯 냉철한 이성으로 기존에 믿어왔던 많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나갔다. 대부분은 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였거나,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 경우였거나, 여러 가능한 답변들 중 하나일 뿐일 경우가 많았다.
마치 유일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그 강력했던 것들이 그저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기분은 썩 좋진 않다. 틀렸다는 사실을 지적받은 기분이 싫어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살아왔던 내 과거가, 때론 투사처럼 싸우고 합리화하며 지켜왔던 내 과거가, 보잘것 없는 싸구리로 느껴졌기 때문일까. 혹시 내 존재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은 아닐까.
옛 자아와의 투쟁. 때론 반대편에 서서 하나의 육신 안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지독한 허무함과 처절하게 차디찬 바닥에 곤두박질친 자존감이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릴 것만 같다. 견고하게만 느껴졌던 성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듯하다. 바로 깨달음의 순간, 돌이킴의 순간, 한 세계를 파괴하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며 살아남았지만, 다시 돌아온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심연에서 맹세한 다짐과 결단도 혼자만의 얘기에 머문다.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것 같아 좌절감까지 느껴진다. 그렇게 어렵게 다시 시작했는데... 그토록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왜...?
광야에서는 겸손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혼자만의 고독과 침묵의 시간도 그 정도가 얼마나 강렬했든지에 상관없이 결국은 혼자만의 생각이고 혼자만의 깨달음인 것이다. 어쩌면 그 정도가 강렬했다고 여겼던 이유는 자아도취에 취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강한 깨달음도 그것이 생명력을 가지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혼자 치열하기도 했던 광야가 아닌,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그 소음 천지의 세상, 일상으로 끌고와 거기서 살아내야만 한다. 깨달음과 변화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결코 이 둘 사이는 진공상태가 아니다. 그 간극을 뛰어넘는 건 어쩌면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보다 더 힘겨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도전한다. 모든 깨달음을 얻고서야 움직일 작정인가? 아직도 덜 깨달았다는 그 허접한 이유로 게으름을 또 용인하고 합리화할 작정인가? 아니다. 틀렸다. 그런 위선적인 겸손 따윈 떨지마라. 우린 하나의 목숨을 가지고 하나의 몸을 가진 인간이다. 시간도 절대 거꾸로 가지 않는다. 이 유한한 물리적인 시공간에서 우린 도대체 무슨 여유를 부려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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