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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Antidote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9. 21. 07:12

Antidote.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아..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른 법. 혹시나 해서,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단편을 읽고나면, 어쩌면 카프카라는 작가에 대해서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정리가 안된 기분이었지만 ‘판결’을 금새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아아.. 중첩으로 꼬인 이 기분을 과연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두 단편만을 읽고 카프카를 이해하려고 시도했던 내가 무모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시골의사’도 단숨에 읽었다. 그러나 내게 남은 건 세겹으로 꼬여버린, 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하고도 난해한 기분 뿐이었다. 잠시 화도 났다.


‘시골의사’를 읽을 때였다. 내가 약 10년 전쯤 읽었던 책의 분위기가 불현듯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억나는 내용의 파편들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내가 과연 읽었던 건지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그 책의 제목은 바로 ‘성’이었다. 저자는 역시 프란츠 카프카! 이럴수가! 이런 데자뷰!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몸에 닭살이 돋으며 소름이 끼쳤다. 난 카프카라는 이름을 머리로 기억하고 있었던게 아니라 그의 필체과 분위기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프카를 이번에 처음 접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소름은 내가 읽은 카프카의 네 편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꼬여버린 그 묘한 기분을 해소할 수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카프카를 이해하기에는, 아니 적어도 카프카의 소설을 이해하기에는 난 턱없이 모자란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고이 책장에 꽂아두었다.


오늘 아침 손에 들고 나온 책은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라고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 장편소설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5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어제 카프카가 내게 퉁명스럽게 남기고 간 그 찝찝한 기분이 말끔히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평이함과 여백 가운데 녹아있는 감동을 좋아한다. 침착하고 정갈한 글을 만난 것 같다. 기대가 된다. 벌써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들을 검색한다. 만약 ‘노르웨이의 숲’이 정말 맘에 든다면, 내가 정복할 두 번째 소설가는 헤르만 헤세 다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될 것이다. 참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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