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지하 세계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다시 읽고 차라리 골랴드낀이 나았다,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름도 밝히지 않는 이 작품 속 일인칭 화자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지하’라는 또 하나의 세상에서 잉태된 최종 병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스로를 소외 혹은 고립시키면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조금 과장해서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이를 위해 도스토옙스키가 고안한 가상의 생체 실험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다시 조용히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도스토옙스키다! 아무렴, 이 맛에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그런데 왜 이 말을 하고도 나는 겸연쩍은 걸까!)..
작은 정의 C는 A로부터 B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부정적인 뉘앙스로 가득차 있다. C는 별 생각 없이 A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A의 B에 대한 시선은 고스란히 C의 것이 된다. 비판적 사고의 결여가 낳는 폐해다. 살면서 수차례 이런 폐해로 꽤 많은 사람을 잃었다. 미꾸라지 같은 인간의 뱀 같이 교활한 혀로 인해 나는 소중한 관계에 위협을 받아야 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A가 주위에 산재해있다는 것.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주위에 C가 A보다 더 많다는 것. 아주 빈번하게 A는 영향력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는 것 (목사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 늘 배제되고 소외되는 건 B라는 것. A의 교활함과 C의 무비판적 수용을 피해가고 싶지만 피할 수 없다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나는 앞으로도 A 때문에 억울..
조용히 뭔가를 해나가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건 인생을 그리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작은 일의 무게를 알고, 그 무게를 책임질 줄 알며, 책임지는 과정으로부터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 결코 여유가 없는 삶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삶을 성실하게 지속하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내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자고 있는 나를 깨우며, 삶의 이유까지 깨닫게 해 준다. 나아가,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선한 영향력이란 이런 것일 테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당히 노력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24시간이 채워진다면 아마도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공허함일 것이다.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울고 떠드는 시간으로부터 위로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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