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Finding 대학원을 2003년에 시작했으니 생물학 연구를 주업으로 삼은 지 20년이 넘었다. 나는 기초과학자이자 실험생물학자다. 그러므로 새로운 발견을 갈망하고 그것을 이론만이 아니라 실험으로 규명하는 일이 나의 본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내가 발견한 사실 중 해비급으로 보이는 건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학원생 시절에, 다른 하나는 최근에 이루어졌다. 오늘도 그 두 번째 발견에 의미심장한 가지를 하나 더 보탤 수 있었다. 고백할 게 있다. 이 두 발견 모두 100% 내 노력과 상관없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발견은 내 의도, 가설, 혹은 예측조차도 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말미암아 하게 되었는데, 유방암 생쥐 모델을 연구하다가 수컷 생쥐가 비실비실 죽어가길래 검사해 보니 혈..
손해 보는 삶, 나누는 삶읽고 쓰는 삶이 일상이 된 지 7년이 지났다. 만남의 축복으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말에 첫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매년 한 권의 책을 신기하게도 쓰던지 번역했다. 2020년 ‘과학자의 신앙공부’ 저자로, 2021년 ‘닮은 듯 다른 우리’ 저자로, 2022년 ‘과학과 신학의 대화 Q&A’ 번역자로, 2023년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저자로, 그리고 2024년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저자로 서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단 한 권도 나 혼자 기획해서 투고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책이 순전히 만남 덕분이었다. 나는 그저 절박한 마음으로 성실히 읽고 쓰고 했을 뿐이다. 가끔 사람들이 묻곤 한다. 책 세 권의 저자이고 (..
인간만 변하면 된다이정모 저, '찬란한 멸종'을 읽고다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읽어볼 수도 없겠지만) 이 책의 저자 이정모처럼 과학 책을 맛깔나게 쓰는 작가가 한국에 또 있을까. 적어도 내가 알기론 없다. 독보적인 존재라는 말이다.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돈이 아깝거나 도움이 되지 않다거나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 그의 글은 첫째, 재밌다. 유쾌하다. 둘째, 유익하다, 공부가 된다. 셋째, 쏙쏙 들어온다. 이러니 남녀노소 누구나 교양 수준의 과학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어서 이정모의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름 생물학 박사학위 소유자인 나조차도 이 세 가지 장점을 누리며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타깃 독자가 청소년에 국한되는 것처럼 말..
흐르는 시간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부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면 우리는 그것을 오감으로 알아챌 수 있다.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힘을 가진다.보이지 않는 시간을 생각한다. 시간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우리는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시계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적당한 빛이 머무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창밖의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달라지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세기와 눈부심도 차차 변한다. 무엇인가가 움직인다는 것을 명징하게 알기 위해서 그것을 관찰하는 자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상대성 원리에 의해 우린 그 움직임을 알 수 없다. 나의 속도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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