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쉽게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과학자가 되고자 한다면 과학자의 삶을 알아야 한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으로 진행되었던 이번 북토크에서 크게 깨닫게 된 사실 한 가지는, 과학을 보여주려면 과학자의 삶을 보여줘야 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그중 하나는 요즈음 더 흥행하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무리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준다고 해도 사람들은 재미와 함께 과학을 조금 더 이해하는 정도에 머물 뿐 학부모로서 자기들의 자녀들에게 과학자를 꿈 꿔보라고 제안하지도 않고, 자녀들 역시 어려웠던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뿐 장래에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더 이상 사람들이 과학자..
살아남은 자의 몫가즈오 이시구로 저, '남아 있는 나날'을 다시 읽고밤늦게 책을 덮고 먹먹한 심정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스탠드 불빛에 비친 내 모습만이 흐릿하게 어려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훑을 수 있었다. 놀라운 건 그게 내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처럼 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어떻게 해도 완독 후 내 감정을 텍스트로 완전히 포착할 수 없을 테지만, 긴 잠을 자고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다고 하면 조금은 설명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아, 나는 이런 책들을 사랑한다. 읽고 나서 어떻게 할지 ..
체감하는 축복오늘 우스갯소리로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을 하며 몸을 움직이며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체감한다는 것 자체가 축복일지 모른다고. 이 말에 대한 반응으로 노화를 체감하는 게 왜 축복이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숨 쉬기 운동만 하며 일상을 살아가게 되면, 다시 말해 몸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생활 패턴에 길들여지게 되면 몸의 노화를 알아채는 데에 둔할 것이고,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서 노화가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닐 테니, 누구나 겪는 노화를 매일 체감하는 편이 오히려 더 건강한 생활습관에 가깝다는 논리다. 몸이 안 좋아지고 있는 걸 아는 편이 모르는 것보다 낫지 않냐는 말이다. 게다가 그것을 알아채고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은 극복하려고 애쓰는 시도도 할 수 ..
공감각적 독서독서는 공감각적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 읽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나는 책만 읽는 게 아닌 것이다. 나와 책이 있는 시공간도 읽는다. 뿐만 아니다. 나만 읽는 게 아니다. 이 시공간도 나와 함께 책을 읽는다. 공감각적인 독서는 독서의 지경을 넓힐 뿐 아니라 깊이와 풍성함을 더하며 전환의 효과를 낸다.내가 사는 구축 아파트 뒷산으로 곧장 이어지는 한남대 둘레길을 조금 걷다 보면 한남대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사진에 담은 이곳은 내가 자주 찾는 장소이다. 여기서 나는 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장소가 누구에게나 한 군데 쯤은 있지 않을까. 비밀도 아니고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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