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문학의 힘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책을 집어든다. 그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책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깨닫게 된 한 가지는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책은 답이 아닌 답을 이끄는 실마리, 혹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그것도 무한으로. 어쩌다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도 책 자체라기보다는 그 시간 그 공간에 위치한 나의 생각과 마음과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을 매일 읽어도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순간들. 가끔, 아주 가끔 그런 예기치 못한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전율하게 되고 살아 있어서, 혹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 깊이 감동이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책을 드는 이유도 그런 기대 때문일 것이다.독..
쫓기는 건지 쫓는 건지 분별이 안 될 때가 있다. 둘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제한적 압박은 성실한 지속의 중추다. 성실한 지속이 가능하려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 무너지고 주저앉게 되는 시기를 견뎌내는 힘은 내가 무엇을 쫓는지에 달려있기보다는 내가 무엇에 쫓기는지에 달려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나는 쫓기만 할 뿐 쫓기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고 확신하는 마음도 일종의 교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실한 지속도 가끔 다람쥐 쳇바퀴가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것을 과감하게 잠시 내려두고 유체이탈하듯 나의 일상의 시공간을 벗어나 내가 조금 전까지 돌리던 쳇바퀴를 가만히 바라본다. 애잔한 마음이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무언가..
듣고 싶은 설교프레드릭 비크너 저, '진리를 말하다'를 읽고설교자들이 주요 독자층인 듯한 이 책은 설교를 주로 듣기만 하는 나에게 다시 설교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 주었다. 저자가 말하는 설교를 듣고 싶은 마음에 잠시 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설교를 들어본 횟수가 손꼽을 정도인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이 시대 이 한국 교회에 목사는 참으로 많은데 참 설교자가 요원하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말이다.진부할 정도로 너무 당연해서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명제 중 하나는 '설교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일 것이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도 비슷한 여정을 겪는다. 특히 늙어가는 중엔 비틀거리면서도 어쨌거나 가야 할 길을 인도받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
소중한 사람들이 시대에 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특히, 책 중에서도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더 그렇다.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 속 세계와 그 세계를 이루는 등장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여 공감하고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위로도 얻고 치유를 경험하기도 하며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말이다. 이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음은 살면서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축복일 것이다.현실에 민첩하고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으며 사리에 밝아 만날 때마다 영웅담을 과시하는 성공자들과의 만남은 이상하게도 점점 멀리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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