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뭔가를 해나가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건 인생을 그리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작은 일의 무게를 알고, 그 무게를 책임질 줄 알며, 책임지는 과정으로부터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 결코 여유가 없는 삶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삶을 성실하게 지속하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내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자고 있는 나를 깨우며, 삶의 이유까지 깨닫게 해 준다. 나아가,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선한 영향력이란 이런 것일 테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당히 노력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24시간이 채워진다면 아마도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공허함일 것이다.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울고 떠드는 시간으로부터 위로와 공..
별의 재료를 아는 사람이 아닌 별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길 이종태 저, '경이라는 세계'를 읽고 철학, 신학, 문학, 과학 등의 모든 학문, 그리고 모든 지식과 깨달음의 문을 열고 정직하게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고, 또 마주해야만 하는 것. 앎이라는 과정의 동반자이자 길잡이, 나아가 그 과정 자체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 그것으로 한 걸음 다가간 대상과의 거리를 줄이기는커녕 더 확대시켜 결코 다가설 수 없다는 인정을 마음 중심으로부터 기쁘게 받아 내고야 마는 것. '경이'일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앎이라는 과정을 겪게 된다. 모름과 앎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변증법적인 발전을 해나간다. 그래서 앎은 앎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모름으로, 그 모름은 다시 앎으로 변모해 나간다. 특히 인간은..
기적이 아닌 사랑 엔도 슈사쿠 저, '사해 부근에서'를 읽고 묵직한 한 방을 제대로 맞았다. 날카로운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먹먹한 가슴이 되었다. 꽤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다. 아, 이렇게 또 엔도 슈사쿠를 만났다. 명쾌한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책. 의심을 사라지게 하는 대신 자명하게 여겼던 것들까지도 반추하게 만드는 책. 내가 알던 지식과 내가 믿던 믿음이 건강한지, 치우치진 않았는지 다시 묻게 만드는 책. 책은 도끼이기도 하지만 안개 자욱한 숲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나는 찍히고 깨달으면서도 동시에 불안과 의심의 깊은 숲을 홀로 통과하게 된다. 확신의 죄에서 해방받는 유일한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는 책을 읽는, 아니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여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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