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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One step forward into the uncertainty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12. 13. 19:36

One step forward into the uncertainty

복학 후 학부 4학년부터, 그러니까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계산해 보면 올해로 나는 20년 동안 실험실 생활을 한 셈이다. 오늘 고가 장비 데모 담당자와 두 시간 동안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을 숱하게 찍으면서 실험 생활에 대한 여러 얘기를 나눴다. 그중 서로 크게 공감한 부분 하나는 실험 생활에서 가장 몸과 마음이 편한 순간과 기쁜 순간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몸과 마음이 편한 순간은 ‘하기만 하면 되는’ 실험을 할 때인 반면, 가장 기쁜 순간은 ‘과연 해서 될까, 하는’ 실험을 해내고 끝내 성공시켰을 때라는 결론이 났다. 알다시피 두 순간은 서로 상반되는 상황이다. 나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나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실험 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편하고 싶은가, 아니면 기쁘고 싶은가,하고.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쁨이란 단어를 당당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망과 좌절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두움 없이는 빛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처럼, 기쁨도 절망과 좌절 없이는 무색무취의 진공 속 무미건조한 단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편한 삶보다는 기쁜 삶을 갈망하는 것 같다고. 조명상사 안에 놓인 뜨끈한 아랫목에 퍼지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어두움에서 빛으로 나오게 되는 자유와 해방의 순간을 갈망하고 고대하는 것 같다고. 나아가, 이는 내가 여전히 기초과학에 몸을 담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여전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마치 얼마 전 바꾼 내 카톡 상태 메시지처럼: one step forward into the uncertai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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