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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이간질하는 자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8. 1. 19:32

이간질하는 자

최근에 겪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주 불쾌하고 더러운 일 때문에 인간에 대한 통찰이 더 깊어진 듯한 기분이다. 수긍하고 싶지 않지만, 소위 개돼지라는 모욕적인 단어로 칭해지는 무리는 엄연히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다만 내가 거기에 속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탄, 악마, 마귀 등으로 불리는 존재의 헬라어는 디아볼로스, 뜻은 ‘사이에 던지다’로써 둘 사이를 갈라놓는 자이다. 사탄은 나누고 이간질하는 존재인 것이다. 사탄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증명할 수 있느냐,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경험한 적이 있느냐, 하고 여기서 묻고 싶진 않다. 그러나 나는 이번 일에서 그것들이 하는 짓과 동일한 짓을 하는 인간을 보았다.

‘악의 평범성’을 깨달을 때부터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내 주위에 그렇게 악이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 숨 쉬며 같은 생활권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한참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그들의 행동은 뚜렷한 목적이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질에 충실할 뿐이다. 논리가 통하지 않기에 논리로 다가설 수 없다. 악은 관습과 질서에 녹아있으며 카르텔을 형성하여 개돼지를 몰아가며 권력을 휘두른다. 누구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자기들의 이익에 훼방이 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숙청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정의이고 그들이 법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런 자들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것. 사회생활의 본질은 진공 속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자들이 숨 쉬는 곳에서 어떻게 정의롭게 사느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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