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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기억, 그 신비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8. 4. 08:22

기억, 그 신비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아 여느 때처럼 책을 폈다. 열 페이지 정도 읽었을까. 오른쪽 대각선 앞방향에 앉은 사람의 휴대전화에 아침의 강렬한 햇살이 반사되어 내 눈을 찔렀다. 바로 그 순간 버스 안은 내가 처음 캘리포니아에서 탔던 전철 안이 되었고, 나는 거기서도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휴대전화에 반사된 찰나의 빛은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매일 맞이했던 건조하고 뜨거운 햇살이 되어 나의 기억의 저장고를 열어젖힌 것이다.

기억은 신비다. 이성을 초월하는 공감각적인 기억의 조각들은 시간과 공간마저도 초월하여 지금, 여기에 살아 숨 쉰다. 나는 이 사실이 무척이나 반가워서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이렇게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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