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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껍데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7. 26. 08:54

껍데기

자의식은 높은데 정작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은 한없이 낮은 사람. 한국 와서 가장 상대하기 어렵고 상대하기 꺼려지는 유형이다. 미국에 11년 살 땐 적어도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내가 느낀 그들은 자기 의견을 말할 줄 알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대우하고 보호할 줄 알았다.

자존심만 센 사람들은 굉장히 방어적이다. 늘 패배감과 열등감에 잠식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당할 땐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고 굴욕을 증폭시켜 당한다. 속으로는 언젠 한 번 두고봐라, 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간다. 한편,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여유가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일 필요가 없다. 패배감과 열등감도 잘 못 느끼지만, 그렇다고 승리감이나 우월감에 도취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타자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지닌다. 사람을 복수해야 할 상대로 보지 않는다. 상대가 자기를 깔본다고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호칭이나 기타 여러 자세 때문에 상대방을 쉽게 공격하는 자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자기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정말 불필요한 호칭 따위로 누군가를 존대할 수 없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상습적인 호칭 따위로 할 수 있는 미덕이 아니다. 뭐라고 불리든 상대방이 진정성은 그 사람의 눈빛이나 태도에서 나온다. 그게 진짜면 호칭 따윈 개나 줘버려도 되는 껍데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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