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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재료를 아는 사람이 아닌 별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길
이종태 저, '경이라는 세계'를 읽고
철학, 신학, 문학, 과학 등의 모든 학문, 그리고 모든 지식과 깨달음의 문을 열고 정직하게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고, 또 마주해야만 하는 것. 앎이라는 과정의 동반자이자 길잡이, 나아가 그 과정 자체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 그것으로 한 걸음 다가간 대상과의 거리를 줄이기는커녕 더 확대시켜 결코 다가설 수 없다는 인정을 마음 중심으로부터 기쁘게 받아 내고야 마는 것. '경이'일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앎이라는 과정을 겪게 된다. 모름과 앎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변증법적인 발전을 해나간다. 그래서 앎은 앎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모름으로, 그 모름은 다시 앎으로 변모해 나간다. 특히 인간은 눈앞에 있는 어떤 것 하나를 더 알았음에도 그것으로 인한 '플러스 원'만 보는 게 아니라 그것으로도 채우지 못한 채 더 넓어지기만 하는 '무한대'의 영역도 보게 되는 존재자다. 이런 면에서 나는 파스칼과 같은 생각이다. 인간 내면의 심연에는 신의 흔적이, 신 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앎과 모름의 변증법은 의식하든 못하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리로 하여금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하는데 그것이 나는 바로 '경이라는 세계'이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제목 말이다.
공부하면서 종종 느끼는 깊은 전율은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플러스 원'을 장착했을 때이기보다는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무한대'의 텅 빈 공간이 그제야 눈앞에 드러났을 때에 찾아온다. 하나의 앎은 무한의 모름을 가리키고 나는 그렇게 다시금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다시 출발점에 선 나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앎의 과정은 좁은 탑 꼭대기로 올라가는 여정이 아니라 황량할 만큼 더 넓은 대지로 이끌리는 여정이라 믿는다. 지경이 넓어진 자의 숙명, 그리고 이런 무한반복이야말로 겸손의 통로일 것이다.
인간은 짐승과는 달리 언제나 저 너머를 묻는 존재자다. 표면이 아닌 이면을 궁금해하고, 표층이 아닌 심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렇게 인간만이 가진 특징의 기원을 기독교 하나님의 창조를 믿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할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점이야말로 '경이라는 세계'가 발아하는 근원이지 않을까 한다. 신비를 소멸하고 경이감과 경외감을 거세시키는 무수한 노력들, 이를테면 기계주의나 과학주의 등의 경도된 사상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신앙과 믿음 안에서 살아 역사하는 그 무엇.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만들고, 나아가 하나님이 없다 말하는 사람들까지 그 내면에 동일한 것이 심겨 있다는 사실을 믿게 만든다. '인간스러움'이 아닌 '인간다움'의 근원도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루이스를 비롯한 믿음의 선진들이 모두 경험했던 경이의 순간들.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끈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 저자의 말마따나 경이의 눈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 신비를 풀려고 하기보다 사랑으로 가만히 응시하는 눈일 것이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고 무수히 많은 틈새의 신이 사라진 이 시대, 별의 재료를 파악했다고 별이 무엇인지 다 아는 것처럼 여기는 이 시대. 신비 앞에 서서 경이감과 경외감에 잠식되어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닫고 신을 벗고 두 팔을 든 사람들 중에 내가 있기를. 그 경이의 세계를 언제나 감지하려고 또 그 세계와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 내가 있기를. 별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 중에 내가 있기를. 사람다운 사람, 경건한 사람, 겸손한 사람들 중에 내가 있기를.
#복있는사람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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