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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을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유신론자에 속한다. 내가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솔직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말미암은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접근해도 나는 여전히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보다는 존재한다는 쪽이 더 개연성도 있고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유신론은 믿음이고, 무신론은 과학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 갇혀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신론 역시 믿음이자 세계관일 뿐이다. 신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이 존재하는지 증명하라는 자가 주위에 있으면 되물으면 그만이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즉 유신론이나 무신론이나 하나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인 것이다. 제발 무신론이 과학이라는 반지성적인 말은 삼가면 좋겠다.
과학은 유신론도 무신론도 지지하지 않는다. 중립이다. 그러나 유신론이나 무신론에서 과학을 이용하기도 한다. 자기의 생각이나 세계관을 주장하기 위해 과학적인 지식이나 이론을 근거로 제시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그것 역시 합리적인 추론 과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립적인 과학에 유신론이나 무신론의 옷을 입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불상사를 초래하는 일이 다반사라서 과학을 잘 모르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어주게 되어 심각한 문제가 되곤 하지만 말이다.
자, 그렇다면 과학을 전공하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유신론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은 중립이라 했다. 유신론과 무신론은 믿음이자 세계관이라 했다. 그러므로 과학자는 유신론자도 무신론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나 같은 과학자들 중엔 공개적으로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길 꺼려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왜 그럴까? 짐작컨대 아마도 사람들에게 각인된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 즉 '과학은 무신론, 비과학은 유신론'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신경이 쓰여 혹시나 있을 곤란함을 면하기 위한 예방책일 것이다. 감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굳이 그래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류의 과학자들 역시 자신이 전공한 지극히 협소한 분야만 잘 알지 기본적인 인문학적 신학적 철학적 지식이 없고 그런 쪽으로 사고하길 게을리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는 이들이 비겁하게 보인다. 물론 엔도 슈샤쿠의 '침묵'에서 여실히 봤듯이 '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정죄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이들이 차라리 목소리를 조금 더 내준다면 (사실 누가 그리스도인이라고 죽인다거나 위협을 가하는 시대가 아니잖은가) 교회 안팎에서 과학과 신앙에 대해 지금보다 더 건강한 관점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 창조과학 같은 반지성적이고 심지어 이단적인 사상자들이 활개를 치도록 당신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라고 나는 묻고 싶다. 침묵으로 방관하고 있는 만국의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이여, 일어나 단결하라, 목소리를 내라.
페북이나 칼럼이나 책에서 꽤 많은 목사들, 과학자들, 신앙인들이 논쟁에 논쟁을 해왔고, 지금도 끊이지 않는 불필요한 상처와 다툼 속에 있지만, 정작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그리스도인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온라인 현장을 모른다. 방점은 이들을 온라인 현장으로 초대하여 논쟁에 참여하게 하고 바른 지식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오프라인으로 파고들어 (이런 면에선 창조과학자들이 한 수, 아니 몇 수 위다. 과학이라 해놓고 과학이 아닌 거짓과 비과학적이고 반과학적인 말들로 사람들을 현혹해서 문제지만) 지극히 당연한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알려주고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에 있다는 생각이다. 부디 많은 목사님들은 두려워하지 마시고 과학과 신앙의 관계 때문에 생겨나는 불필요한 신앙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을 초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배우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부탁드린다. 무턱대로 갈등을 피한답시고 지킬 걸 지키지 않고 침묵으로 방관하고 있으면 후시딘 바르면 끝날 작은 상처가 암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길 바란다. 괜한 과학자나 신학자들을 싸잡아매어 낙인 찍는 비겁한 일들을 그만 하시길 또 부탁드린다. 검찰공화국도 아니고 검찰교회 검찰신학교가 되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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