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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마법 같은 추억

가난한선비/과학자 2024. 7. 8. 22:04

마법 같은 추억

추억은 마법 같은 힘을 가진다. 그 힘은 시간을 정지시키고 나만 혼자 움직이는 세상으로 나를 이끈다. 오늘 아들이 침대에 누워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아들과 둘이 지내던 미국에서의 일상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금세 애잔한 마음이 되어 잠잠히 그 마법에 몸을 맡겼다. 

나에게 혼이 나서 울다가 잠들어버린 네 살 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잠시 전까지도 계속 놀아달라고 떼쓰다가 어느새 거실 바닥에 고꾸라져 잠들어버린 다섯 살 아들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함께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는 사이 혼자 레고를 가지고 놀다가 쌔근쌔근 코까지 골며 잠들어버린 여섯 살 아들의 모습도 뒤를 잇는다. 

추억이란 마법은 나도 나를 볼 수 있게 한다. 장면은 이어져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비춘다. 이내 나는 울컥하는 심정이 된다. 잠들어버린 아들을 보고 있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나자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네 살 아들 옆에, 다섯 살 아들 앞에, 그리고 여섯 살 아들 뒤에 서 있는 나는 울고 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 맞어… 그때 그랬었지…  

기억하는 시간은 종종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나는 좋은 아빠가 여전히 되고 싶다. 15세 사춘기 아들을 대하는, 처음 느껴보는 이 복잡한 마음 앞에서 이렇게 다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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