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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잘 찍기
글쓰기를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흔히 거치는 과정 중 하나는 첫 문장이나 서두에 힘을 많이 쓴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래 달리기를 백 미터 달리기처럼 뛸 수는 없는 법. 그렇게 힘을 앞에서 빼버리면 글을 마무리할 때 힘이 모자라게 된다. 결국 그 글은 용두사미보다 못한 허세에 찌든 글이 되고 만다.
글은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첫 문장의 중요성은 허세에 찌든 사람도 알 만큼 당연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런 첫 문장은 마무리를 잘할 줄 아는 사람들의 특권으로 남겨 놓는 게 여러모로 낫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힘을 빼고 간결하게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하자.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아픈 기억 속으로 들어가 마침표를 잘 찍고 나왔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버려지고 말 글처럼 허세에 가득한 채 무엇인가를 위해 너무 힘을 줬던 일들이 내 과거에 얼마나 많았던가. 그렇게 많은 힘을 들여 열었던 문들을 나는 얼마나 제대로 닫고 나왔던가. 성찰 없이 과거에 저질러놓은 일들의 연쇄 속에 나의 오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면 소스라치게 된다.
마침표를 잘 찍는 삶.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아무리 아픈 과거라도 도망쳐 나오듯 내팽개치지 말고 다시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방문해야겠다. 가서 잠시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은 반드시 닫고 나와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나와의 화해를 위해서라도. 글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치유의 순간을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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