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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문학도가 읽고, 다시 읽고, 함께 읽는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독서모임이 이번 달로 일주년을 맞이한다. 놀랍게도 매달 열 명 안팎으로 어김없이 모였다. 지난 열두 달간 우린 도스토옙스키의 열 작품을 출간 순으로 읽었다. 초기작으로 '가난한 사람들', '분신', '백야 외'를, 중기작으로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로부터의 수기', '악어 외'를, 후기작으로 '죄와 벌', '노름꾼'을 함께 읽고 나누었다. 다음 주 목요일 (9월 12일)에 있을 일주년 모임에서는 '백치'를 함께 읽고 나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열린책들 버전 번역자인 계동준 교수님이 게스트로 참석하셔서 러시아문학 전공자의 연륜을 나눠주실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작품은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그리고 이차 저작인 '인간 만세 (석영중)', '도스토옙스키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이다. 마지막 모임에서는 첫 모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석영중 교수님이 쓰신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함께 읽고 나누면서 이 모임과 함께 한 기간 동안 우리 모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모임이 그렇게 마무리를 짓게 되면 현재 모임 가족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아마도 '톨스토이와 저녁식사를' 혹은 '헤세와 저녁식사를' 모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동영상이 주류를 이루는 이 시대에 고전문학 작품들을 꾸준히 읽어 나가는 이 모임은 정말 기적 같은 모임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 가운데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이 모임 덕분에 나는 평생 한 번도 읽기 힘든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두 번씩이나 읽게 되는 복을 누리고 있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나는 우리 작은 모임 안에서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지만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마추어 문학도가 읽고, 다시 읽고, 함께 읽는 도스토옙스키'라는 부제를 갖는 책으로 구성 중이다. 독서모임에서 다룬 작품들로만 목차를 만들 텐데, 각 꼭지마다 내가 '들어가며'와 '나가며'를 짧게 쓰고, '처음 읽기'로는 내가 썼던 초독 감상문을, '다시 읽기'로는 내가 썼던 재독 감상문을, '함께 읽기'로는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쓴 글을 잘 편집해서 실을 예정이다. 오늘 지난 모임까지 함께 읽고 나누었던 열 작품에 대한 열 꼭지를 모두 한글 파일에 보기 좋게 담은 뒤 프린트해서 읽어봤다. 벌써 80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일 년간 함께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며 나는 행복한 반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러시아 문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 고전 문학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까지 이제 네 작품 남았는데, 마무리가 되면 꼭 책으로 출간될 수 있도록 애써볼 요량이다. 나의 두 번째 저서 '닮은 듯 다른 우리'에 추천사를 흔쾌히 써 주신 석영중 교수님께도 원고를 보내드려서 출판사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증폭시킬 생각이다. 석영중 교수님이 서문을 써주신다면 완벽한 구도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 꿈이 부디 실현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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