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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글쓰기에서 '무거운 것'

가난한선비/과학자 2024. 9. 24. 22:52

글쓰기에서 '무거운 것'

글쓰기에 남다른 뜻이 있어 글쓰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들 중 다음과 같이 막연한 믿음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때 쓰면서 쓰는 만큼 필력도 빠른 속도로 향상될 거라 믿는 믿음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만, 당신이 타고난 글쟁이가 아닌 한 그 나이브한 믿음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한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총알이 다 떨어진 총을 들고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처럼 허탈함으로 가득 찬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해 보지도 않고 글쓰기는 어렵다는 둥, 내가 뭐라고 글쓰기에 도전했냐는 둥,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글쓰기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을 것이다. 

글쓰기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재능을 간과할 수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필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라 쓰고 훈련이라 읽는다)가 필요하다. 사실 나도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에는 비슷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글로 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글쓰기는 취미 수준으로 원할 때 쓰면 되지 않냐고 쉽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만큼 이율배반적인 건 없었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으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훈련과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모든 훈련은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훈련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 오로지 정체할 뿐이다. 이는 몸의 근육과 근력운동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해야만 한다. 무거운 것을 들고 낑낑대며 땀을 흘리는 숱한 반복 없이 근육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 반복은 근육통을 가져오고, 그것 때문에 며칠을 힘들게 보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극복해 내기만 하면 근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글쓰기에서도 '무거운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 드는 지속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무거운 것'이란 무엇일까?

두 가지로 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한 마디로 하자면, 쓰기 싫은 글을 써내는 능력이다. 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는 둥, 나는 이쪽은 관심이 없다는 둥,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이 늘 써 오던 스타일의 글만 주야장천 쓰길 고집하면 결코 향상된 필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다양한 글을 써 봐야 한다. 모두 낯설고 도전적인 일들이다.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해 내는 과정이 결국 나의 필력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언제 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 한 마디로 말하자면, 쓰기 싫을 때에도 글을 써내는 능력이다. 쉬운 예로 마감에 맞춰 글을 완성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천재지변이 나지 않는 한 마감을 꼭 지켜서 글을 완성하는 훈련은 필력 증진을 이뤄내는 주요한 방법이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에겐 이 훈련이 일상이다. 

요약하자면, 첫째, '쓰고 싶은 글'만 쓰게 되면 필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둘째,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쓰게 되어도 필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필력을 증진시키려면 낯설고 도전적인 글들도 써 봐야 하고, 자신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글을 완성할 줄 아는 훈련도 감내해야 한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때 쓴다는 말은 글쓰기를 진정으로 마주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마음 내킬 때 아령 한두 번 들고 이두박근이 성장하길 기대하는 꼴과 다름없다. 스트레스를 환대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하며 그것을 극복해 낼 때 느낄 수 있는 전율을 일상 속에서 체험해야 한다.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해 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진검승부를 해 보고 싶다면,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자발적으로 택하고 즐기고 극복하라. 무거운 것을 자진해서 들고 근육통을 겪어내며 근성장을 이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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