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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우물을 깨부수는 책

가난한선비/과학자 2025. 1. 16. 10:24

우물을 깨부수는 책

책은 도끼여야 한다. 어느새 갇혀버린 내 안의 우물로부터 끊임없이 탈출하도록 만들어주는 통로로써의 역할을 책은 충실히 담당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책의 이런 순기능을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독서가들은 안주할 수밖에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책은 도끼이지만 여전히 독서가 중엔 책을 우물 탈출용이 아니라 안주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주형 독서가들에게 책은 감성팔이나 뻔한 위로 정도의 가벼운 환각제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인식의 우물을 더욱 견고히 만들고 그 안에서 왕 노릇하게 만든다. 이들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나름대로 선별해서 읽는다는 것이, 자기는 머리가 나쁘다든지 공부를 못했다든지 하는 어설픈 겸손을 동원하면서까지 편향된 독서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독서는 습관이 되어버린 듯하지만 만족을 주지 못하는 단계에 다들 접어들었을 가능성도 높다.

성실한 지속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며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게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뒤따른다.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방향에 놓여야 한다는 것. 자기 안의 우물에 갇히면 그건 몽상가 혹은 망상가로 전락할 뿐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를 하면서 계속해서 자기 안에 갇히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건 결코 건강한 습관이라고 할 수 없으며, 어쩌면 그 사람은 책을 차라리 안 읽는 것만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책은 도끼여야 한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책에게 찍혀 깨지고 아파하며 잠깐의 불안을 느끼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그 시기를 버텨내는 용기를 내야 하는 어려움울 극복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당장 내려놓고 방향을 재설정하라고 나는 조언하고 싶다. 만나는 인간관계도 재정립해야 할지도 모른다. 건강하지 못한 책과 사람은 모두를 파국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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