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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웅크리는 시간에 해야 할 세 가지

가난한선비/과학자 2025. 2. 9. 23:59

웅크리는 시간에 해야 할 세 가지

웅크리는 시간은 도약을 위해서이지만, 웅크린다고 해서 항상 도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웅크리는 시간은 또 다른 형태의 웅크리는 시간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다가 중간에 목표가 파기되거나 재설정되는 일이 다반사이지 않은가. 아마도 우리 중에 적지 않은 이들도 이런 지난한 준비기간으로 인생을 수놓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언제 올 지 모를 도약에 대한 소망도 점점 빛이 바래간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당신만 그런 건 아니다. 인생의 무대 아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과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중요한 건 얼마나 큰 도약을 이뤄냈는지, 웅크리는 시간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따지고 평가받는 데에 있지 않다. 그것은 행복과도 연결되지 않는다. 도약이 인생의 무대 위에서 빛나는 시간이라면, 그리고 그 짧은 순간만이 행복함을 준다고 믿는다면, 우리 인생은 공허로 치닫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이루는 일상이라는 여백과도 같은 시간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얼마나 큰 비극이겠는가.

웅크리는 시간에 반드시 해야 할 것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어떤 준비 작업과 별개이므로 무엇을 위해 웅크리고 있든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제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읽기이다. 실용서 혹은 비문학 서적도 중요하나 반드시 문학, 그중에서도 소설, 그중에서도 고전소설을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지식을 쌓아 나를 더 높이기 위한 독서에만 치중하다 보면 인간이라면 반드시 겪게 되어 있는 자기애 혹은 교만에 빠지기 쉬운데, 누군가의 삶에 간접적이나마 개입하여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 사람의 인생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독서는 그 위험으로부터 당신을 구원해 줄 것이다. 

둘째, 쓰기이다.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소중한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무엇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도 나는 쓰기라고 생각한다. 쓰기는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통찰에 이르게 한다. 잃었던 주체를 살려내기도 하며 자신을 객체화시켜 나와 타자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준다. 읽기에 그치지 않고 쓰기를 병행해야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셋째, 운동이다. 어떤 생각, 사상, 이념, 신념 등을 쫓다가 공허에 부딪힐 때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길이다. 팔다리가 움직이고 심장이 뛰는 순간들이 구덩이에 빠진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구해낼 것이다. 자기 통제와 극복을 경험할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 내지 못하는 일이 바로 운동이다. 루틴을 가진 사람을 이기긴 쉽지 않다. 루틴의 키 역시 운동이다. 머리와 가슴으로 이루려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던 자존감 및 자신감의 회복도 운동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놀랍게도 말이다. 

웅크리는 시간에 읽고 쓰고 운동하는 루틴을 가진다면, 비록 그 시간이 도약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인생은 단단한 최소한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믿는다. 인생의 대부분을 이루게 될 무대 아래서 웅크리는 시간이 무료하거나 부담되지 않고 그야말로 살아있는 기분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읽고, 쓰고,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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