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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일상
잠이 늘었다. 혼자 지내게 되면서 일상이 더 단순해졌다. 혼자 있을 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는 말은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땀을 흘리고, 또 더 많이 잔다. 혼자서 영화를 보는 시간도 늘긴 했지만, 동영상보다는 텍스트를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잘 집중할 수 없을 때, 이를테면 실내자전거로 10킬로미터 정도 달리며 땀을 뺄 때나 혼자서 요리해서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나는 내가 적극적으로 상상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가 이미 다 설정해놓은 가시적인 영상들을 눈으로 쫓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뭔가를 빼앗긴다는 느낌마저 드는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뭔가에 이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를 이끌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이건 의외의 수득이라는 생각이다.
잠이 는 건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인 것 같다. 배드민턴 동호회에 다닌지 한 달이 넘었다. 물론 중간에 미국을 다녀오느라 열흘 정도 참석하진 못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평일 저녁에 2시간 정도씩 흠뻑 땀을 흘리고 온다. 지난 달만 해도 한 게임밖에 하지 않았는데 삭신이 쑤셔서 며칠을 병자처럼 어기적거렸다. 이젠 세 게임을 해도 그리 힘들지 않다. 게다가 2019년 엘에이에서 남복과 혼복 D조 우승을 하던 실력이 얼추 다 돌아온 것 같다. 어제도 그제도 이틀 연이어 모든 게임을 다 이겼다. 다시 배드민턴 치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되어 요즈음 은근한 만족감이 크다. 집에 돌아오면 9시가 조금 넘는데, 씻고 책 좀 보다가 느헤미아 강의 좀 듣다가 하면 11시 반 경에 스르르 잠이 온다. 그러면 얼른 폼롤러로 근육과 근막을 마사지하고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7-8시간은 자는 것 같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는 개운한 기분이 든다. 잠을 못 자 퀭한 기분이 아니라 잠을 충분히 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쾌감 말이다. 다시 산뜻한 기분으로 이 세상으로 돌아온 듯한 그 느낌. 요즘 나의 하루의 시작이다. 활기란 이런 걸까 싶다.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과정, 그 과정 중에 충실히 반응하는 나의 모든 기관과 조직들, 쉬지 않고 뛰는 나의 심장, 이 모든 것들이 기쁨으로 느껴진다. 땀을 흘리고 심장이 뛰고 호흡이 거세지는 시간이 요즈음 나를 살리고 있다는 믿음이 강하게 든다. 운동을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로서는 조금 더 운동 시간과 강도를 늘릴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지내는 시간에 이렇게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2킬로그램이나 살도 빠졌다. 그것도 근육이 아니라 지방만. 이게 다 실내자전거 10킬로미터, 배드민턴 2시간, 탁구 1시간, 스쿼트, 런지 등을 돌아가면서 꾸준히 한 결과다. 역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삶도, 내 글도, 내 말도, 나아가 내 신앙도 그러면 좋겠다.
*사진은 게티센터에서 내가 찍은 맘에 드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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