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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모순과 먹고사니즘

가난한선비/과학자 2026. 2. 2. 10:06

모순과 먹고사니즘

스마트폰, 동영상, 숏폼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폐해는 독서와 관련이 깊다. 이젠 어지간해선 15분도 아니고 15초도 가만히 하나의 영상을 시청하지 못한다는 말도 들린다. 넘쳐나는 정보와 자극적인 기사거리에 중독된 것을 넘어 자신이 증독됐는지조차 무감각해진 듯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정지된 글자들을 읽는 게 아닌 움직이는 영상이 대세가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책을 사랑하는 작가나 출판업계 종사자들도 이런 흐름에 가담, 아니 주도하는 입장에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책은 상품이고 팔아야 하기에 현 시점의 시장 흐름과 문화를 당연히 파악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본질적인 부분을 한 번 짚고 싶다. 누군가는 고리타분하다거나 너무 원론적인 얘기 아니냐고 비아냥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독서가 이 시대에도 꼭 필요하고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유명 작가나 인플루언서들 역시 그들의 영향력은 유튜브를 포함한 여러 동영상 기반 플랫폼으로 비롯된다. 한 마디로 유튜브 하지 말고 책을 읽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가 책에 아닌 유튜브라는 것이다. 당연히 노출을 많이 시켜야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냐고 따지겠지만, 앞서 말했듯 효용적인 측면 말고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의 협소한 눈으로 볼 땐 그들이야말로 그들의 메시지와는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는 꼴을 낳는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메시지가 그들의 정체성과 상관이 없이 소비되고 마는, 먹고 사는 수단으로 전락될까 나는 두렵다. 주객이 전도될까 두렵다.

사람들은 말이 아닌 행동, 즉 어떤 현자의 가르침보다는 그들의 삶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실질적인 삶의 변화다. 어떤 가르침이 효과를 발휘할 때에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절박함 내지는 특별한 상황괴 연계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변화된 사람의 모습을 육안으로 보게 될 때에는 전혀 다른 임팩트를 내게 되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나는 독서를 장려하는 사람이라면 유튜브가 아닌 책으로 문장으로 어떤 매체의 지면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게 본질적으로는 맞지 않냐는 것이다.

물론 생계 유지, 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마치 도박하지 말라는 광고의 광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박을 하는 사람,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너무 바빠 자신은 기도하지 않는 사람, 달리기의 좋은 점을 전하고자 고심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다가 정작 본인은 달리지 못하고 비만이 되는 사람 등과 다르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영역은 내가 별 상관하지 않고 침묵할 수 있다지만, 적어도 책에 관련된 영역만은 목소리를 내고 싶다. 이렇게라도 말이다.

결국 본질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가진 직업 혹은 하는 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고 그것을 누가 뭐래도 지켜내는 뚝심이 나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는다. 먹고 사니즘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그들이 앞장서서 다 해 먹는 것 같은 분위기가 점점 만연해지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아쉽고 안타깝다. 이러다 보면 선명해야만 하는 경계조차 무너지고 말 것 같다는 긴장이 조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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