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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적 독서
나는 가는 곳마다 책을 들고 다닌다. 단지 책을 좋아해서도, 많이 읽기 위해서도 아니다. 공감각적인 독서의 맛을 알고 그것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다.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일주일에 한두 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읽는다. 그러면 일 년에 백 권 안팎으로 읽게 되는데, 이 습관을 십 년 정도 유지했으니, 천 권이 넘는 책이 나를 지나친 셈이다. 그러나 기억과 망각의 조합으로 인해 내게 흔적을 남긴 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게 현실이다.
어떤 책을 기억할 때 책의 내용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을 때 있었던 장소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읽었던 부분이 그림처럼 기억될 때도 있다. 공간이 기억을 박제한 셈이다. 나는 이 현상을 공감각적인 독서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꽤 유용하다. 누군가는 어떤 지정된 공간에서 일을 지속해야 효율이 오른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글쎄다. 진중한 공부 같은 거라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겠지만, 독서는 기본적으로 유희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적어도 독서에 있어서는 여러 시공간에서 향유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책 한 권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공원 벤치에서 읽다가, 바닷가 그늘진 곳에서 읽다가, 비 오는 날 도서관 창가에서 읽게 되면 그 책은 한 곳에서 국수 말아먹듯 후루룩 읽어버린 책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이 일상으로 스며들게 되면 책은 더 이상 정보나 이야기 제공처에 머물지 않는다. 그 책과 함께 했던 몇 시간, 혹은 며칠, 혹은 몇 달에 색을 입히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무채색의 일상에 한 방울의 물감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의미하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습관은 중독이다. 이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차원에서도 손에 책을 들자. 가방에 책을 한두 권 넣고 다니자. 짬 시간이 나면 그 책을 손에 들자. 스마트폰은 주머니 혹은 가방에 넣자. 이 작은 실천은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의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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