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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함
가만히 숨을 죽이니 그제야 들리기 시작한 새소리. 내 안의 시끄러운 침묵에 가려졌던 소리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고 있었던 걸까.
인적이 드문 곳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청아한 새소리에 한동안 귀를 기울였다.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독은 내적 평화의 입구다.
문제는 새소리만 듣고 있을 수 없다는 것. 안일한 도피는 결코 평안과 같을 수 없다는 것. 진정한 평안은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내적 상태에 있다는 것. 그것은 모순을 이율배반으로 승화시킬 때 가능하다는 것. 굳이 헤세처럼 양극을 구부려 합일을 추구할 필요까지도 없다. 도스토옙스키처럼 그저 양극을 인정하고 모두 끌어안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가능한 일일까. 나는 할 수 있을까.
유일하게 가능한 일은 그것을 추구하는 길 위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라는 생각. 미처 끌어안지 못한다 해도, 끝까지 끌어안으려 애쓰는 성실한 마음과 작은 사랑의 실천이면 족하다. 대가는 없더라도 내게 주어진 일을 해 내는 것. 나 같은 인간도 숭고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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