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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냐고 묻는 것보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냐고 묻고 싶어.
잘 지냈다는 말보다 요즘엔 어떤 책을 읽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잘 지냈다는 말이 그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사건 사고가 없었다는 뜻이라면, 난 솔직히 그런 것엔 별 관심이 없거든.
드물게 일어나거나 특별하게 생긴 일보다는, 난 너의 평범한 일상에 관심이 있어.
네가 요즘엔 뭘 생각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무엇 때문에 슬픈지, 무엇 때문에 별 생각이 없는 건지 알고 싶어.
답을 내놓으라거나 정리된 결론을 요구하는 건 아니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돼.
난 그저 일상에 노출된, 너의 삶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너의 모습이 궁금하고 또 알고 싶을 뿐이야.
일주일에 한번 만날 때마다 이번 한주 잘 지냈냐고 묻고 대답하며 의미없는 웃음을 지어야 하는 건, 어쩌면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데에 있어 가장 방해가 되는 건지도 몰라.
늘 처음 만난 친절한 사람 코스프레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한 건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서로가 일상에서 생각하는 내용과 방법을 공유하는, 난 그런 관계가 좋아.
일주일에 하루만이 아닌, 많게는 7일 모두를 공유하는, 꾸밈없는 그런 관계를 원해.
물론 가족과 같은 대우를 주고받자는 말은 아니야.
예배 드린다고 차려입고 일주일에 딱 한번 교회 가는 리츄얼한 관계를 넘어서자는 거야.
우리가 뭐 서로 만나기 힘들만큼 저 높은 곳에 있는 고상한 존재도 아니잖아.
생각해 봤니?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는 말, 그저 일주일에 한번 만나 내놓는 기도제목에만 의지하다보면, 신문 부고란에 난 어떤 모르는 사람의 죽음처럼 아무런 감흥 없이 기계적인 관계가 되진 않을까?
기도제목 이전에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안다면 더 깊고 진실한 기도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기도하는 관계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설마 내가 책 얘기한다고 공부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책은 평상시의 생각의 흐름과 방향을 의미했던 거야.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너의, 나의,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배경 말이야.
딱히 특별날 것 하나 없는,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무시하게 되는 그런 것들.
그래, 이렇게 말해보자.
친구. 그래, 친구가 되자는 거야.
서로가 가진 다른 조건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그것들이 다양하고 다채로운 지체로써 보다 큰 공동체를 이루는 그런 관계.
어떠니?
하나님나라는 그런 곳에 있을 것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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