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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2011.04.11.Boston

가난한선비/과학자 2011. 4. 15. 10:22

2011 4 11, Boston

9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20분 일찍 Dr. Rossi의 오피스 문을 두드렸다. 뭔가에 열중해 있다가 내 얼굴을 보고는 반갑다며 나에게 손을 내민다. 남자 기숙사 방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머리는 곱슬이기도 하지만 이틀 정도는 감지 않았거나, 아니면 방 환기조차 잘 시키지 않으면서 밤늦게까지 오피스에 처박혀서 연구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전형적인 천재 스타일이다. 영어가 귀에 쏙쏙 들린다. Dr. Karsenty의 프랑스 억양이 강하게 섞인 영어에 제대로 당해봐서 그런지 미국식 영어발음은 이제 속도만 따라 잡는다면 웬만한 건 다 들리겠다 싶다. Dr. Rossi는 웅변가다. 설득가다. 그리고 science 입장에서 볼 때 순수함을 가진 열정적인 과학자다. 20분 먼저 왔지만 그가 작성해 준 itinerary 보다도 벌써 10분이나 지나간다. 거의 1시간 정도 열정적으로 일대일 수업을 하는 듯 하다. 내용은 다 이해가 된다. 내가 하던 분야와 또 내가 관심 있어 했던 분야와 많이 겹쳐 있어서 그런지 단어 하나하나가 다 들리진 않아도 다 이해가 된다. 정말 엄청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예상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적어도 몇 년은 랩을 먹여 살리면서 leading edge로 랩을 몰고 갈 수 있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기존의 연구의 허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으며 그 보완책이 정말로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만약 논문으로 나오게 된다면 그 분야에 있는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할 말이 없겠다 싶다. 정말 중요한 resource인 거다설명을 모두 듣고 나니 그가 흥분해서 이렇게도 열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알 만 하다. 만약 내가 저 데이터를 가지고 또 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나도 저러겠다 싶다.

 

Columbia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인터뷰가 진행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일대일로 디스커션을 하고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 세미나를 하고 점심을 같이 먹고 또 나머지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일정이다. 한 번 경험해 봐서 그런지 벌써 익숙하고 왠지 모를 여유도 있다.

 

세미나 반응은 Columbia에서보다 훨씬 좋다. 아무래도 비슷한 hematology에 소속된 분야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모두 다 내 스토리를 이해하고 질문하고 디스커션한다. 하지만 Dr. Rossi의 질문조차 생소하지 않다. 벌써 한번쯤은 받아본 질문들을 역시나 해댄다.

 

Part. II 이야기는 Columbia에서는 발표하지 않아서 그런지 좀 버벅댔다. 그래도 Dr. Rossi가 왜 Part. I을 지속하지 않고 in vitro 랩으로 옮겼냐는 질문에 Biochemistry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더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점수를 많이 딴 것 같은 기분이다. 작전 성공이다. 모두 내 시나리오대로 진행이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안 생길 수가 없지. Dr. Rossi가 뜬금없이 인터뷰가 끝나면 1~2주일 이내로 한두 페이지 정도의 proposal을 작성해서 보내라는 거다. 그러면서 덧붙여 설명해 주는 게 지난 주에도 나 같은 포스닥 후보가 인터뷰하러 왔었단다. 인터뷰는 아주 괜찮았는데 그 사람이 작성한 proposal이 너무나 형편 없었기 때문에 안 뽑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 인터뷰보단 proposal이 여기에 고용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인자인 것이다. 인터뷰는 마치 proposal를 쓸 수 있는 자격요건이 주어지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아무튼 난 그 정도 자격은 된다는 거다. Proposal을 작성한 것을 보면 내가 얼마나 랩에서 돌아가고 있는 일들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또한 내가 얼마나 창의적인지 스마트한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여 해주는 말, 만약 네가 좋은 과학자라면 이 정도의 proposal은 절대 어렵지 않을 거란다. 꽤나 reasonable하다. 맞는 말이다.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충분히 이해했으니 귀국한 이후에 공부를 좀 해서 잘 작성해 봐야겠다.

 

두 번째 인터뷰가 마치니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도 들지만 한편으론 좀 무겁기도 하다. 두 군데 모두 다른 여느 PI와는 달리 인터뷰 이후에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게 맘에 좀 걸린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서 알고 있는 바로는 인터뷰를 잘 하고 오면 보통 일주일 이내로 연락이 와서 오퍼를 주냐 마냐가 결정된다는 것인데, 두 곳 모두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 Harvard Columbia보단 훨씬 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랑 닮은 것 같기 때문에 귀국하고 나선 Columbia로는 갈 생각이 없다고 전하고 Harvard로는 proposal을 잘 작성해서 보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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