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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오케스트라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2. 4. 10:29


오케스트라.


아들은 태권도장에, 아내는 학회장에, 그리고 나는 집 베란다에 앉아 따스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한다. 내겐 읽을 책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있다. 행복이다.


그러나 오늘은 책을 옆에 잠시 놓아두고, 눈을 감고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지고 또 느낀다. 가까이서 지저귀는 새소리, 저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는 차 소리,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눈을 뜨면 내 앞에 펼쳐져있는 자연의 대향연이 날 반긴다. 햇살이 나뭇잎과 함께 만들어내는 초록의 그라데이션. 바람과 함께 살며시 수줍은 듯 춤추는 나뭇잎들도, 축 늘어져 천천히 움직이는 커다란 나뭇가지들도 모두 자연을 연주하고 있다. 나는 지금 오케스트라를 관람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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